21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극장에서 열린 영화 ‘나탈리’(28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시사회. 상영에 앞서 무대인사에 나선 주경중 감독은 “처음 5분만 봐도 티켓 값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 불이 꺼지자마자 부둥켜안은 남녀의 벗은 몸으로 커다란 스크린이 가득 메워졌다. 오프닝 크레디트가 흐르는 내내 격렬히 움직이는 두 육체 뒤로 거친 숨소리와 교성이 들렸다. 주 감독의 말은 틀림없었다. 이 정사 장면은 영화 전체의 하이라이트라 할 후반부 마지막 정사 장면에 그대로 다시 한 번 반복된다. ‘최초의 3차원(3D) 입체 에로영화’라는 수식을 앞세운 ‘나탈리’가 보여줄 것은 입체 효과를 가미한 정사 장면,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영화 관계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킨 듯한 3D 감성 멜로’의 색다른 감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조각가 황준혁(이성재)과 미술평론가 장민우(김지훈)가 상영시간 내내 주고받는 대화의 뼈대에 3D 정사 장면들이 촘촘히 붙여졌다. 황준혁이 “처음에는 그녀도 나에게 작품의 영감을 줬다”며 어떤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장민우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면 그 여인과의 정사가 세세한 회상 신으로 스크린에 나타나는 식이다.
문제는 그 대화다. 아예 소리를 끄고 화면만 보거나 정사 장면만 편집해서 본다면 묘한 흥분에 몰입하는 관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준혁과 민우의 대사는 아슬아슬한 정사장면 틈틈이 끼어들며 산통을 깬다.
“역시 걸작이군요. 그녀의 영혼이 느껴져요.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군요.”
이 대사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뒤에는 노골적인 포즈를 취한 여성의 나체 전신 조각상이 서 있다. ‘두 배우가 저 대화를 하면서 얼마나 민망했을까’ 궁금해진다. 영화도 스스로 그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듯 관객이 ‘또 정사냐’ 식상할 지경으로 뒤로 갈수록 오직 자극적인 체위를 질퍽하게 묘사하는 데만 열중한다.
한마디로 ‘나탈리’는 ‘젖소부인 바람났네’를 큰 스크린에서 3D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다. 여럿이 모여앉아 고글을 쓰고 에로비디오를 입체로 관람하자는 것. 과연 성공할까. 에로비디오의 ‘진맛’은 영화 자체보다 비디오테이프를 감싼 검은색 비닐 봉투의 ‘스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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