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신인상…장철수 신인감독상 강우석, 첫 대종상 감독상 입맞춤 윤여정·김희라 조연상 ‘경험의 힘’
제47회 대종상 영화제의 가장 화려한 주인공은 단연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윤정희였다.
윤정희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1994년 ‘만무방’ 이후 16년 만에 다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70대 여배우의 힘을 과시했다.
‘시’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윤정희를 염두에 뒀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영화에서 윤정희는 주인공 미자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관록까지 더한 연기력으로 그는 대종상에서 70대 여배우로는 처음으로 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남우주연상의 주인공 원빈은 600만 관객을 동원한 ‘아저씨’로 흥행은 물론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명실상부 충무로의 톱배우로 인정받았다. 이로써 그는 꽃미남 스타에서 벗어나 연기 외연을 한층 넓히게 됐다.
올해 한국영화가 발견한 새로운 별로 주목받은 송새벽은 ‘방자전’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마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뒤 올해에는 ‘방자전’으로 시작, ‘해결사’, ‘시라노:연애조작단’, ‘부당거래’까지 4편의 영화에 숨가쁘게 출연하며 개성파 연기자로 떠오른 그는 신인상을 넘어 단번에 남우조연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시상식은 또 오늘의 한국영화를 빛나게 한 기반을 닦아온 원로 혹은 중년 배우들에게도 보내는 존경의 찬사이기도 했다. ‘시’의 김희라는 송새벽과 함께 남우조연상을 공동수상했고 ‘하녀’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그 오랜 경험의 힘을 확인시켰다. 특히 윤여정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신인상을 받은 데 이어 대종상과 맺은 오랜 인연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동명 작품을 올해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란 점에서 묘한 인연에 대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이끼’로 감독상을 수상한 강우석 감독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04년 ‘실미도’로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불러모은 강우석 감독은 1998년 ‘달콤한 신부들’로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대종상 감독상을 받아 그 저력이 여전함을 과시했다.
신인상 수상자들의 면면에서는 한국영화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민정은 첫 주연인 ‘시라노:연애조작단’으로 신인여우상을, ‘바람’의 정우는 신인남우상의 주인공이 됐다. 관심을 모았던 신인감독상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에게 돌아갔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주요 부문을 휩쓴 장철수 감독은 대종상 신인감독상까지 받아 주목받는 신예감독으로 부상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