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신데렐라 미소뒤 감춰둔 눈물, 91년 ‘인간 최진실’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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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7시 00분


1991년 11월18일 방송된 MBC ‘인간시대’ ‘최진실의 진실’ 편에서 최진실과 어머니 정옥숙씨(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 스포츠동아DB
1991년 11월18일 방송된 MBC ‘인간시대’ ‘최진실의 진실’ 편에서 최진실과 어머니 정옥숙씨(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 스포츠동아DB
화폭을 펼쳐놓고 붓을 든다. 어린 시절 미술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던 이력답게 벽면에는 습작인 정물화가 걸려 있다. 하지만 화폭을 들여다보다 이내 “엄마, 그림을 못 그리겠어. 너무 슬퍼”라며 눈물을 흘린다.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그 눈물을 잡는다.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며 한 스타의 인간적 면모를 확인했다.

1991년 오늘,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인간시대’는 ‘최진실의 진실’ 편을 방송했다. 당시 제작진은 정길화(연출, 현 MBC 사장특보) PD, 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필명을 날리던 박명성 씨였다. ‘인간시대’는 당시 흔치 않은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서민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최진실의 진실’ 편은 4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녀가 화폭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려던 마지막 장면은 이듬해 5월 MBC 예능 프로그램 ‘즐거운 세상’이 패러디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연예인의 다큐 출연이 드물었던 당시, 안성기에 이어 두 번째 출연자였던 최진실은 스타의 화려한 명성에 가린 이면을 솔직하게 소개한 인간적 이야기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그 속에는 ‘수제비 끼니’와 돈이 없어 여고 졸업앨범을 사지 못했을 만큼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또 어머니 정옥숙 씨와 나누는 살갑고 애틋한 대화, 바쁜 스케줄과 인기에 대한 절박한 고민 등으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아픔 등도 담겼다.

1989년 말 최진실은 모 전자회사 CF를 통해 ‘남편은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등 유행어를 낳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과 영화 ‘남부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에 출연하며 ‘신드롬’을 일으킬 즈음이었지만 여전히 “CF를 통해 운좋게 인기를 얻은 벼락스타, 반짝 스타의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연예계 신데렐라 최진실의 실체와 애환”을 들여다보려는 ‘인간시대’ 제작진은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해 달라’는 그의 바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본도 연기 주문도 없는” 상황에서 열흘 남짓 그녀와 함께 한 제작진은 최진실이 “계속되는 스케줄로 인해 힘들어보였고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이나 비판적 의견에 민감한 모습”이었다고 회고한다. 또 “불면증으로 밤에 잠을 못 이뤄 제작진의 낮과 밤이 바뀌기도 했다”고도 했다.

그런 그는 이제 그 피곤한 삶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영원히 잠들었다. 그해 추석 시즌 개봉한 주연작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팬들에게 남긴 또 다른 추억. 스웨덴 입양아의 아픔을 그린 영화 속 실제 인물 역시 1989년 11월 ‘인간시대’에 출연한 수잔 브링크였다.

* 이 기사의 인용과 일부 내용은 2008년 10월5일 정길화 PD가 고 최진실을 추억하며 ‘PD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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