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댄스듀오 ‘듀스’ 출신의 고 김성재(사진)가 의류 CF에 등장했다. 한 청바지 브랜드는 과거 김성재의 사진과 뮤직비디오를 정교한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별도로 촬영한 화보와 합성하는 방식으로 ‘부활’시켰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나이 스물셋. 채 피기도 전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 그의 부활은 큰 반가움이었다.
15년 전인 1995년 오늘, 김성재가 서울 홍은동의 한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현도와 함께 듀스의 이름으로 2년 간의 ‘굵고 짧은’ 활동을 마친 그는 죽기 전날 SBS ‘생방송 인기가요20’에서 ‘말하자면’이란 노래를 발표하고 화려하게 솔로가수의 첫 무대를 가졌다. 그리고 숙소로 사용하던 호텔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당시 경찰은 고인의 오른팔에 28개의 주사바늘 자국이 있었고, 강제투약에 대해 반항한 흔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습관처럼 약물을 투여하다 과다사용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환각작용이 있는지 분명치 않은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됐다. 또한 김성재는 오른손잡이였다는 점을 들어 타살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당시 여자친구 김 모 씨에게 동물마취제를 판매했다는 한 동물병원의 제보로 김 씨는 긴급체포돼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고 사건은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김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 김성재 죽음에 얽힌 진실은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당시 법원은 김성재의 사망 시각을 단정할 수 없고 살해 동기가 뚜렷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동아일보 1996년 11월8일자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마무리된 후 홀로 활동에 나섰던 이현도는 사망 사건의 용의자에 대한 무죄 판결과 김성재의 마약 복용을 시사한 판결문의 내용을 듣고 충격을 받아 국내 활동을 중단했다. 그후부터 지금까지 이현도는 해외에 체류하면서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김성재의 어머니는 10월 한 케이블채널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해 15년 한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머니는 지난 15년 동안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산 이야기, 큰 아들이 죽고 연예계에 뛰어든 둘째 아들 김성욱도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어 한동안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김성욱은 화상 치료를 끝내고 지금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슬픔을 딛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