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은 이사회가 광고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하기로 의결한 것에 대해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의 공영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22일 밝혔다. 김 사장은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처럼 낮은 수신료와 비공영적 재원 구조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며 “수신료 수입 증가분 2092억 원을 디지털 전환 사업,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 ‘코리아뷰’ 구축, 지역방송 강화에 각각 1056억 원, 201억 원, 131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5200명인 KBS 인력은 2014년까지 4200명으로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BS가 밝힌 투자계획과 자구노력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NHK가 수신료를 10% 인하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KBS가 단순히 재원 규모를 늘려 공영성을 높이겠다고 하는 것은 조직 이기주의에 불과하다”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KBS가 단지 두 해 동안 필요한 디지털 전환 비용 마련을 위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KBS는 2012년 말까지 디지털 전환 작업에 5500억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한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해온 1TV, 2TV, 수신료, 광고 수입의 분리 회계를 통한 투명성 확대 요구에 대해 KBS는 “수입을 분리해 회계할 수는 없지만 수신료 수입에 대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류한호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세금 항목 하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했는지가 다 공개되는 만큼 분리 회계는 법적인 것을 떠나 KBS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직 결정도 안 된 ‘코리아뷰’ 사업에 201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에도 비판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로부터 이사회 의결안을 전달받으면 60일 이내에 검토 의견서를 첨부해 국회로 보내게 된다. 의견서는 KBS 인상안에 대해 ‘동의’ ‘부동의’ 정도의 간단한 의사 표시를 할 수도 있고, 세부적인 수정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 이상학 방통위 방송정책과장은 “여러 쟁점이 있는 만큼 방통위 검토 기간은 60일을 꽉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통위 의견과 함께 국회로 넘어온 인상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한다. 인상안은 내년 초 임시국회부터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처리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인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KBS에 변화를 줄 제도적 장치 없이 수신료만 올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명분도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방위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인상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