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하석진(28)은 최근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증권 회사의 엘리트로 논리적이고 냉철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그는 불행하게도 벼락을 맞으면서 숫자 감각을 잃고 숫자치가 되어 버렸다. 케이블TV tvN의 시트콤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이하 생초리)에서의 얘기다.
하석진은 데뷔 이후 처음인 시트콤 연기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드라마와는 다른 템포의 작품이라 새로 연기를 배우는 기분이에요. 전작을 끝내고 좀 자극이 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사실 케이블 드라마라는 점을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하이킥’ 시리즈를 만든 김병욱 감독 작품 특유의 살아있는 캐릭터에 반해버렸죠.”
‘김병욱 감독 작품에 출연하면 뜬다!’는 주변의 기대에 대해서도 정작 본인은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애초에 기대감 같은 건 없었어요. 단지 연기하면서 나 스스로 즐거운 작품을 기다렸어요. 처음 기획대로 전개되지 않은 작품도 있었고, 소위 ‘막장드라마’까지 여러 작품을 하면서 조금 지치기도 했거든요. ‘생초리’는 지금까지 한 작품 중 나를 가장 즐겁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에요.”
시트콤 속 설정처럼 ‘만약 진짜 벼락을 맞게 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영화 ‘왓 위민 원트’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는 남자 주인공 멜깁슨이 전기 충격을 받고 여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잖아요.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굉장히 즐거우면서도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
영화 속 내용처럼 이번에는 하석진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남은 학점 이수(그는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재학중이다), 연기에 대한 끝없는 고민, 그리고 월동 준비 등등.
“얼추 비슷하게는 읽으셨네요. 10년째 학부생이라서 요즘엔 조용히 학교 다녀요. 논문도 써야 하고, 전공 학점만 조금 더 들으면 드디어 ‘대졸’이 된답니다. 연기는.. 좀 과도하게 이성적인 연기자인 것 같아요. 초반에 감정이 잡히고 집중이 되면 그걸 쭉 연결하면 되는데 계속 그 안에서 이성적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내가 보여요. 월동준비라고 한다면, 여자친구?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