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자마자 “생각보다 잘 생겼네요”라는 말이 인사보다 먼저 튀어나왔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그는 오히려 “생각보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슈퍼스타K’의 시즌1에서 2위를 차지한 조문근. 지난 해 방송에서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인 잼베(Djembe)를 치며 온갖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노래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주위에서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 성형수술을 하라는 권유도 받았고, ‘슈퍼스타K’ 끝나고 성형외과에서 연락도 왔어요. 생긴 대로 저의 매력에 빠져 살아보렵니다. 하하하”
꼬박 1년이 걸렸다. 그가 가수로 다시 우리 앞에 오기까지. ‘슈퍼스타K’ 시즌2의 결선 무대에 축하공연을 펼치며 ‘신인 가수 조문근’으로 처음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최근 데뷔 앨범인 ‘길 잃은 고양이’를 발표했다. 시즌1에서 그와 함께 대결을 펼쳤던 서인국, 길학미가 이미 데뷔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행보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음악 작업을 하다보니 곡수도 많아지고, 곡을 고르다보니까 1년이 후딱 지나가버렸네요. 전 늦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오디션을 본 동료들이 먼저 데뷔한 것은 그에게 부담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조문근은 ‘슈퍼스타 K' 시즌2를 보면서 “부담 없이 시간만 보낼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탈락자가 누가 될까 가슴이 조려 TV를 끈 적도 많았어요. 또 제가 시즌2에 출연했다면 ‘탑10’에도 못 들어갔을 것 같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죠. 운이 좋아서 예선에만 붙어도 그 후부터는 떨어졌을 거예요. 정말 엄청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선배가 됐을 때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가 데뷔 음반을 발표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시즌2의 스타인 허각과 비슷하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이 신인 가수로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조문근은 이런 상황에 대해 “오우!”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대결이라는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한 장소에서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의 음악을 얘기하고 저는 제 음악을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조문근’의 첫 음반인 ‘길 잃은 고양이’는 이런 그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앨범 제목도 그가 길거리 공연을 하던 팀 이름이다.
“‘길 잃은 고양이’는 ‘음악 속에서 방황하다’라는 저만의 뜻을 가지고 있어요. 가끔 음악이 마음대로 안 만들어진다 싶으면 버스를 타고 방황해요. 음악을 찾아 방황하다가 지금 자리에 왔고, 이제는 음악에 대해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소중한 제 자식 같은 음악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