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작가의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방송가의 상식도 옛말이 됐다. 고현정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대물’에 이어 최근 문근영 주연의 KBS 2TV 월화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도 종영을 7회분 남겨두고 작가가 교체됐다. ‘매리는 외박 중’ 제작사 KBS미디어는 10일 “1회부터 집필한 인은아 작가가 제작진과 드라마 방영과 관련된 이견이 있어 하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매리는 외박 중’은 10회까지 인은아 작가가 써 놓은 대본대로 촬영한 뒤 11회부터는 새로 고황봉 작가가 집필을 맡는다. 제작진은 작가 교체에 대해 “내용 전개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방송가에서는 “저조한 시청률 탓”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드라마 내용을 둘러싼 인은아 작가와 제작사의 마찰은 그동안 방송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작가의 집필 방향과 제작사 및 방송사의 의견이 달랐고 그런 와중에 시청률까지 5∼6%대의 부진을 보여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은아 작가는 히트 드라마 ‘궁’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다. ‘매리는 외박 중’ 역시 방송을 시작하기 전, 인은아 작가가 쓴다는 사실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시청률 저조로 인해 방송 도중 집필에서 손을 떼는 상황을 맞았다.
방송가에서는 최근 빈번하게 이뤄지는 작가 교체 바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 방영 중에 시청률을 이유로 제작사나 방송사 입맛대로 작가를 바꾸면서 기획 의도와 다른 내용으로 변질되는 것은 물론 시청자들도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