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배우 하정우 그리고 화가 하정우] 하정우 “맞고 때리고 뛴 1년 영화, 정말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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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7시 00분


■ 하정우, 영화 ‘황해’ 그리고 그의 삶

거칠고 피곤했던 지난 1년,
대사·몸짓·옷매무새 하나까지 디테일의 싸움
‘추격자’를 떨치기 위한 몸부림? 글쎄요
힘겨운 작업 끝에 얻은 건, ‘영화는 어렵다’는 깨달음
결혼이요?하하 아직은…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배우 김윤석과 다시 호흡을 맞춘 ‘황해’는 ‘배우 하정우’를 리세트해준 작품이라는 하정우. 1년간 ‘황해’를 찍으며 터닝포인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배우 김윤석과 다시 호흡을 맞춘 ‘황해’는 ‘배우 하정우’를 리세트해준 작품이라는 하정우. 1년간 ‘황해’를 찍으며 터닝포인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짧게 깎은 머리. 까칠하게 자라난 수염. 거무스름한 살갗의 색.

무려 1년 가까이 카메라 앞에서 뛰고, 때리고, 맞고, 달리고 또 달린 배우의 모습, 하정우는 그 ‘캐릭터의 본색’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듯했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황해’(감독 나홍진·제작 팝콘필름) 속 옌벤의 남자처럼 하정우는 거칠면서 피곤했던 지난 1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추격자’에 이어 선배인 김윤석, 연출자 나홍진 감독과 함께 다시 ‘황해’로 스크린을 찾아오는 하정우는 젠 체하는 표정과는 사뭇 다른, 상당히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

“뭔가 이전과 다른 느낌은 없습니까?”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말과, 자신이 풍겨내는 분위기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한 건 없느냐고,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그는 물었다. 그만큼 그는 한때 힘겨운 과정을 겪어나온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정우는 “뭔가 리세트(reset)된 느낌”이라며 ‘황해’라는 긴 여정의 끝에 남은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면서도 “요즘엔 무슨 말이든 제대로 잘 못 하겠다”는 말을 내놓았다. 그 힘겨움 끝에 얻은 것, 그것은 ‘터닝포인트’였다. 그는 그러기까지 “징글징글하게 후벼파야 했다”고 말했다.

- 후벼팠다는 것의 의미는 뭔가.

“디테일에 관한 싸움이었다. 대사와 몸짓은 물론 옷매무새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정말 징글하게 말이다. 모든 작품은 힘든 작업이지만 이번엔 특히 매일 보람이었다. 함께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느낌. 그래서 다른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정말 동지처럼 작업했다.”

-지금 느끼는 혹은 느껴온 힘겨움은 ‘추격자’로 생긴 부담인가.

“기대가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이번엔 더더욱 지독하게 서로를 후벼팠다. 그 과정만으로도 ‘추격자’와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 얼핏 그 말은, 세 사람 사이의 기싸움을 가리키는 것 같다.

“우린, 서로 꽁한 스타일이 아니다. 서로 의견을 내고 아이디어를 말하는 게 외부의 시선으로는 기싸움 혹은 신경전으로 비치는 것인지 모르지만, 우린 한 팀이다.”

- ‘황해’는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 20세기폭스사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은 것과 함께 그 후속작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역시 나홍진, 김윤석과 함께 할 텐가.

“후속작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해보지 않았다. 아직!”

- 지난 5년 동안 쉴 틈이 없을 만큼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렇다. 쉬지 않고 해왔다. 그 활동의 폭 안에서 규칙을 만들어냈다. 물론 나름대로는 덤덤해진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충전의 시간도 생겨나더라. 생활 패턴의 규칙이랄까. 운동도 틈틈이 규칙적으로 할 줄 알게 되고, 주어진 생활의 리듬을 갖게 됐다. 며칠이라도 시간이 나면 여행도 했다. 그림도 많이 그렸고. 영화가 나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생활이 뒤죽박죽되고, 그것으로 생활과 일상을 갈아엎지는 않는다.”

- 그건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갖게 된 힘이라는 게 전제될 만큼 당신이 성장한 덕분은 아닐까.

“흠…. 그럴까? 정말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택이란 문제를 피해가고 싶지는 않다. 배우 하정우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겪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고생했다고 스스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황해’가 그런 과정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 ‘황해’가 남긴 여진이 정말 큰가보다.

“요즘엔 말을 제대로 못하겠다. 뭔가 리세트된 느낌이랄까?! ‘…’(말줄임표)가 많아졌다. 거기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그만큼 깨달음도 있다. 좋은 공부가 됐다. 영화를 찍는다는 게 새삼 어렵게 느껴진다. 이렇게 오랜 시간 한 인물을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혹시 나조차 영화 찍는 일을 일상처럼 느낀 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게 해줬다. 내겐 터닝 포인트가 될 거다.”

-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면 결혼도 생각해볼 만하다.(하정우는 2008년 8월 모델 구은애를 만나 현재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하하! 아직 생각없다.”

하정우는 잠시 긴장을 풀어놓는 듯 보였다. 잠시의 긴장감도 놓을 수 없이, 뻐끈해진 어깨를 주물럭거리며 극장을 빠져나가게 한 전작 ‘추격자’처럼, 그는 새로운 긴장감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는 동안 하정우는 그 긴장에서 자유로워졌다. ‘많은 스타들이 트위터에 빠져 있다. 당신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는 “스마트폰을 쓰기는 한다. 하지만 메신저로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돈은 충분히 벌었냐’고 묻자 그는 “노 코멘트!”라며 하하 웃었다.

비로소 소소한 일상에 관한 질문을 하게 됐지만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가버렸다. 작품과 캐릭터, 자신의 일에 푹 빠진 그를 그 틀에서 빼내고 싶었지만 시간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하정우가 빠져버린 그 폭과 깊이가 너무나 넓고 깊어 보였다.
1978년 3월11일 출생. 연기자 김용건이 아버지. 동생 차현우도 연기자로 활동
(하정우는 아버지의 후광을, 동생은 형의 도움 없이 성장하길 원해 각각 예명 사용)
1997년 중앙대 졸업
2003년 ‘마들렌’으로부터 2005년 ‘잠복근무’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 ‘시간’ ‘구미호가족’, ‘숨’ 등 주연
2007년 ‘추격자’와 2009년 ‘국가대표’로 흥행배우로 거듭남
2010년 ‘국가대표’로 제4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2010년 12월22일 ‘황해’ 개봉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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