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정재욱은 여전히 진지하고 과묵했다. 하지만 지난 3년은 그에게 많은 성장과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정재욱은 공백 기간 동안 미국 LA, 하와이 등을 여행했다. 평소 가까웠던 연주인들과 밴드를 만들어 작곡 공부도 했다. 주식투자로 “꽤 큰돈”을 번 것도 공백기를 보람차게 해준 일이다.
평소 발라드를 주로 써왔던 정재욱은 밴드와 함께 록과 재즈, 제3세계 음악 등으로 장르를 넓히면서 음악적 실험을 많이 했다. 덕분에 앨범을 몇 장을 낼 만큼의 자작곡을 확보했다. 이번 싱글 타이틀곡 ‘사랑은 쉰 적이 없다’와 ‘잘살아’ 두 곡 모두 정재욱이 만든 노래다.
“내가 부르긴 좀 그렇고, 다른 가수에게 주고 싶은 노래들도 많다”는 정재욱은 여러 기회를 통해 프로듀서로 활동하겠다고 한다.
3년 만에 발표하는 신곡은 무척 담백하다. 전자음을 많이 뺐고, 창법도 과거 히트곡 ‘잘가요’처럼 힘껏 내지르기 보다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불렀다.
“우는 창법이 트렌드라지만 난 그런 게 싫다. 과도한 감정이입보다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부르는 게 좋다.”
음악 스타일도 바뀐 것 못지않게 삶에 대한 가치관과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엔 기가 세고, 부정적”이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철이 들고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는 방송 출연을 잘 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음반을 시작으로 방송출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가수활동 11년째지만 음반은 5장밖에 내지 않아 “팬들에게 너무 미안해 자주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번에도 그의 음악 테마는 이별이다. ‘사랑은 쉰 적이 없다’는 떠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애달픈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내겐 이별노래가 어울린다. 그렇다보니 축가 요청이 와도 내 노래 중에는 가서 부를 게 없다. 봄에 발라드를 불렀는데 안 어울리더라. 역시 이런 계절에 부르는 이별 노래가 내 스타일이다.”
정재욱은 음반발표에 앞서 11월 일본에서 팬미팅을 열었다. 공백 동안 일본에서 활동하기 여러 가수와 배우들의 한류 이벤트에 손님가수로 몇 번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현재 그를 찾는 일본 팬들이 많다고 한다.
내년 초에도 일본 행사가 잡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먼저 잘돼야 한다”며 “예전엔 몇 년의 공백을 두곤 했는데, 이제는 자주 음반을 내서 팬들도 만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했다.
“요즘 1주일 단위로 노래가 바뀌는데, 내 노래가 최소 3개월은 듣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 ‘잘가요’는 지금도 라디오에서 들려진다. 이런 노래처럼 오랫동안 들려졌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오래가는 노래를 쓰는 게 목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