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소년의 느낌을 주는 얼굴에서 ‘군 입대’에 관한 이야기는 좀 뜬금없다 싶다. 나이를 알아보니 1988년생. 어느새 입대할 나이가 되었으니 무리가 아니지만 얼굴은 아직 ‘동안’도 아닌, 그저 소년의 그것이었다.
배우 김혜성에게 20일 개봉하는 영화 ‘글러브’(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는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연기에 최선을 다하게 하는 동인은 절대 아니었다.
김혜성은 청각장애우로 구성된 고교 야구팀의 좌절과 희망을 그린 ‘글러브’에서 주장인 포수와 4번 타자 역을 맡아 연기했다. 모두 11명의 배우들이 선수 역할을 맡았으니 이들의 연기는 수화와 몸짓 그리고 표정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다.
입으로 말하는 대사가 아닌 한, 그 어려움은 두 배였을 것은 뻔한 일. 그러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김혜성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글러브’ 속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원들과 오랜 합숙의 경험을 갖고 있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던 성심학교 아이들은 합숙으로 배우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뒹굴면서 하나가 되어갔다고 김혜성은 돌아봤다.
태어나 처음으로 포스 미트를 껴봤다는 김혜성은 촬영 전 4개월 동안 역시 “처음 접하는 언어”인 수화를 배웠다. 무엇이든 눈과 감각으로 확인하고 움직여야 하는 청각장애우 역할이었던 만큼 집중도는 다른 작품의 배가 되었다. 이미 단편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통해 대사 없이 표정으로만 하는 연기 경험을 갖춘 그는 “그래도 겁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그는 정재영과 유선, 조진웅 등을 제외하면 선수 역을 연기한 배우들 가운데 가장 선배. “극중 주장 역까지 맡게 되면서 리더의 책임감을 배웠던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됐다. “나 한 몸 챙기기도 바쁜데, 매니저도 없는 현장(강우석 감독은 오로지 배우들만 현장에 오라고 했다)에서 10명의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어려움은 “정말 리더가 되어야 했다”는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오전엔 수화를 배우고, 오후엔 야구를 하며 보낸 수개월의 시간. 촬영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 들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야구라는 희망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써내려간 김혜성은 2011년 새해를 맞아 또 다른 희망을 품어가고 있다.
“나의 또 다른 모습, 변화한 내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는 배우로서 소박한 희망이다.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함께 한 김병욱 PD로부터 “다양한 경험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그때까지 품어온 모든 생각을 버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