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미친 존재감? 진부할 뿐… 늘 주연이라 생각하고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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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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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양성’서 또 조연

이훈구기자 ufo@donga.com
이훈구기자 ufo@donga.com
“관객에겐 조연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항상 주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름 앞에 ‘명품 조연’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배우 류승룡(41·사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차세대 충무로의 대세’라는 사람들의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3, 4년 전부터 들었어요. 사람이 어떻게 한 치 앞을 알 수 있겠어요. 저는 단지 연기를 할 수 있고 가족과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에요. ‘연기파 배우’ ‘미친 존재감’ ‘명품 조연’ 이런 수식어들도 진부한 표현일 뿐이죠.”

류승룡은 27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평양성’에서 나당연합군에 끝까지 맞서는 고구려 장군 연개소문의 둘째아들 ‘남건’ 역으로 나온다. 그는 “냉철하고 진지한 모습 사이사이에 남건만의 유머 코드를 넣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6년 고교 1학년 때 연극배우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고 스스로 ‘인지도가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라고 평할 정도로 무명시절이 길었다.

“잠시 흔들린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좋았죠.”

그가 대중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은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이다. 극 중 동성애자(미술관장 최도빈) 배역을 맡고서도 남성다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많은 사람이 동성애자는 항상 여성적이고 말투도 여성스럽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영화 개봉일에 맞춰 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하기 위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류승룡의 모습을 예능 프로에서 보기는 힘들다. 그는 “낯을 많이 가린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어 괜히 다른 분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당분간 나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대중에게 ‘인간’ 류승룡을 알리고 싶은 욕심은 없는 것일까. 그는 “배우는 관객들과 연기로 소통하는 사람”이라며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로 날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대감 신뢰감 만족감 세 가지를 동시에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관객이 제 다음 작품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고,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믿고 볼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는 만족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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