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김명민 “‘명본좌’라고요? 촌티를 벗은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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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8일 07시 00분


■ 영화 ‘조선명탐정…’으로 돌아온 김명민

무당이 신내림 점지 받듯이
연기도 등 떠민다고 되는게 아니죠
1%의 노력으로 99% 재능 압도

어눌한 발음 교정하고 싶으면…
혀를 힘껏 잡아 빼 보세요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코미디에 도전한 김명민.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그는 능청스럽고 허술한 듯 보이지만 작은 사건의 실마리도 놓치지 않는 노력한 수사관을 맡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코미디에 도전한 김명민.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그는 능청스럽고 허술한 듯 보이지만 작은 사건의 실마리도 놓치지 않는 노력한 수사관을 맡았다.
김명민(39)이 변했다.

까칠한 지휘자, 불치병에 걸린 남자, 복수에 나선 목사까지 개성 강한 묵직한 캐릭터를 주로 맡던 그가 이번엔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을 붙이고 스크린에 나섰다.

27일 개봉한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김명민은 조선시대 정조 임금의 특명을 받고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 명탐정을 맡았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재치있는 말솜씨, 그리고 예쁜 여자를 보면 침을 흘리는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남자. 하지만 작은 사건의 실마리도 놓치지 않는 노련한 수사관이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김명민의 몫이다. 연기 잘하기로 정평이 난 그지만 이번에는 작심한 듯 경험이 별로 없는 코미디에 도전했다. 모험활극이란 점이 그의 호기심을 당겼다.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의 어드벤처 무비예요. 어릴 때 그런 영화를 보며 느낀 강렬한 희열이 지금도 생생한데 ‘조선명탐정’ 시나리오를 읽을 때 그 때의 기분이 살아났어요.”

수사과정에서 명탐정은 환상의 파트너가 되는 개장수(오달수)를 만나고 비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상단의 객주(한지민)와도 얽힌다.

“오달수 선배는 만났던 상대 배우 중 최고였어요. 영화 속 저희 관계를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로 비유하는데 그것보다 한 수 위죠. 하하. 서로 눈빛만 보고 통할 정도까지 됐어요.”

명탐정이 가는 곳마다 만나는 인물과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의 큰 재미. 그 가운데 한 명의 사또와 김명민이 벌이는 목소리 대결은 단연 압권이다.

“사실 인간 김명민의 자존심이 들어간 장면이에요. 저도 목소리에서는 누구에게 지지 않잖아요. 그 유치한 발상에서 시작된 자존심이 그 장면에 담긴 거죠. 일종의 기 싸움이죠.”

● 촬영 끝나면 무조건 책 들고 가족여행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촬영을 끝내고 아내, 아들과 함께 태국 푸켓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매번 작품이 끝나면 여행길에 오르는 건 김명민 가족만의 휴가법이다. “촬영 때는 아내가 아무 말도 없다가 끝날 때 즈음에 인터넷에서 열심히 자료를 찾아서 여행지를 정해요. 촬영 끝나면 모아둔 자료를 제게 펼쳐 보이면서 결정하라고 해요.”

김명민은 여행을 갈 때 늘 책을 가져간다. 한 때는 20∼30권씩 챙겨갔을 정도. 여행하면서 모두 읽은 뒤 돌아올 때 책들을 적당한 곳에 두고 오는 게 그만의 독서법이자 여행법이다.

“무명 때는 혼자서 1년에 책 100권 읽기 운동을 3년 동안 했어요.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죠. 그 때 습관대로 지금도 읽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듯이 많이 읽지는 못하죠. 요즘은 인간의 유형을 심리학으로 분석해놓은 애니어그램에 관련한 책을 읽고 있어요.”

김명민의 독서법은 독특하다. 소설은 다 읽으면 겉표지만 남겨두고 모두 버린다. 읽었다는 기억이 필요해 표지는 남겨두지만 한없이 쌓이는 책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청소년기 감성에 영향을 줬던 시드니 셀던의 책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처럼 소장가치 있는 소설은 보관한다.

● 명민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연기를 잘 했나?

김명민에게 ‘내 사랑 내 곁에’에서 호흡을 맞춘 하지원이 출연한 화제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봤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장안의 화제였던 명대사를 흉내 내 그에게 “김명민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연기를 잘했습니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한참 웃던 그는 예상보다 길고 신중한 답변을 했다.

“많이 고급스러워진 거죠. 처음엔 촌스럽고 기술도 없었으니까요. 연기자는 무당과 비슷한 거 같아요. 점지 혹은 신내림을 받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회피해도, 한 동안 이 자리를 버린다고 해도 결국 본인이 버티지 못해요. 연기는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노력도 필요하다. 그는 “99%는 외모와 재능으로 타고나지만 1%의 노력이 그 99%를 뒤엎을 수 있다”며 연기자들의 난제로 꼽히는 발음도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명민이 지금껏 매일 계속한다는 발음 훈련은 혀를 힘껏 잡아 빼는 연습.

“혀 밑이 찢어질 때까지 반복하면 발음이 확실히 좋아진다”며 “완벽한 사람은 없고 다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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