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예술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단편영화 ‘격정소나타’의 시나리오를 쓴 최 모 씨(여·32세)가 1월29일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월세집에서 숨진 채 이웃 주민에게 발견됐다.
최 씨가 이웃 주민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쪽지.
최 씨는 영화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시나리오를 집필했지만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해 최근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 씨는 강추위 속에 전기가 끊긴 방에 머물다 세상을 뜬 것으로 전해졌다.
촉망받는 젊은 영화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영화인들도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는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조선명탐정’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인 김조광수 씨는 8일 트위터를 통해 “내가 영화 흥행 소식에 기뻐하고 있을 때 후배 감독이 ‘남는 밥 좀 달라’는 쪽지를 남긴 채 싸늘하게 숨을 거두었다”며 “나도 17년 전 돈이 없어 며칠을 굶고 신세가 서러워 울었던 적이 있다. 후배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제 그런 말도 못하겠다”고 썼다.
배우 김여진도 트위터에 “나보다 어린 여자가, 동료 작가가 차가운 방에서 굶어죽었다. 펄쩍펄쩍 뛰어도 계속 눈물이 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누구 아는 사람 없나요”라는 글을 쓰고 애통해했다.
‘탈주’,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은 “단순히 가난한 예술가들의 초상이 아니다. 약자를 갈취하는 틀을 바꾸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