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for coming here”(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넨 현빈은 뒤이어 이렇게 말했다. 상영관 1600여석을 메운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현빈이 긴장한 얼굴도 아닌 채로, 너스레를 떤 것을 눈치챈 덕분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던 ‘시크릿 가든’ 속 김주원의 잔상이 살짝 스쳤다.
17일 밤 11시30분(이하 한국시간) 제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경쟁부문 공식 상영이 이뤄졌다. 현빈은 상영 직후 임수정, 이윤기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마치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다. 한국과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관객들이어서 어떻게 봤는지 매우 궁금하다”면서 “이렇게 박수를 주시니 잘 봤다고 생각하겠다”며 웃었다. 그의 웃음 소리와 함께 팬들의 환호는 더욱 커져갔다.
시사회에 앞서 이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세계 각국 취재진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그리고 친절히 설명한 그에게서 해외 영화제 첫 참가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사회 레드카펫에서도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조르지오 아르마니 턱시도 차림으로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악수를 나누는 등 여느 세계적인 배우의 위용에도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16일 새벽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한 가운데서도 종일 화보 촬영을 했던 현빈은 18일까지 계속되는 공식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 18일에는 임수정과 함께 외신 기자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가졌다.
현빈은 ‘만추’를 찍는 동안 미국 시애틀에서 3∼4개월을 머물며 영어 교습을 받아 인터뷰 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 중국 심천특집보의 리우 샤샤 기자는 “현빈은 중국에도 많은 팬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excellent(훌륭하다)”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