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이제야 연기 안에서 노는 법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SBS 월화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수의사 이다지 역의 이연희는 요즘 다소 엉뚱하지만 쾌활한 모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에서 말똥 위에 엎어지고, 술 먹고 주정하는 모습 등은 ‘과연 이연희가 맞나’ 라고 놀랄 정도로 새롭다. 덕분에 요즘 이연희는 “연기가 좋아졌다” “밝은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등의 인사 받기에 바쁘다.
“이런 반응을 받은 적이 없어서 놀랐어요. ‘다지앓이’라는 칭찬까지 들었어요. 감사하죠. 예전 모습과 다른데 저와 잘 어울린다고 하니까 하루 하루가 행복합니다.”
이연희는 “예전엔 드라마에서 노는 법을 몰랐다”며 전작인 MBC ‘에덴의 동쪽’ 때 나왔던 그의 연기력 논란을 이야기했다.
“그때는 많은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인정한 부분도 많았고요. 대선배들과 연기하니까 긴장도 하고 주눅이 많이 들었어요. 연기 부담 때문에 어깨가 무겁고 버거웠죠. 지금 생각해보면 혹독한 연기경험을 그때 한 것 같아요.”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이다지는 동방신기의 멤버 최강창민(한동주 역)과 열아홉 살에 결혼했다가 6개월 만에 이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전 남편인 한동주와 이혼남(주상욱)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다.
“두 사람과의 호흡은 90점이에요. 창민이는 동갑내기 친구라 모든 게 편했죠. 창민이가 애정신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제가 긴장도 풀어주고 장난을 쳤어요. 상욱이 오빠는 의외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어요. 예전 실장님 같은 이미지와 전혀 달라서 촬영장에서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고요.”
이연희는 유독 ‘훈남’ 배우들과 자주 호흡을 맞춰 ‘남자 복’ 타고난 연기자로 꼽힌다. 그와 호흡을 맞췄던 연기자들 가운데 이상형이 있냐고 묻자 평소 성격대로 털털하게 웃는다.
“남자답고 이끌어줄 수 있으면 좋아요. 리드를 해도 여자를 배려할 줄 아는 친구 같은 남자면 더 좋고요. 남동생이 있어서 그런가, 편한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연애보다 당장 결혼부터 하고 싶은데요?”
171cm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불면 날아갈 듯한 느낌과 달리 그는 여전사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겉보기만 연약해 보이지, 힘이 얼마나 센데요. 근력운동을 많이 해서 잔 근육도 있고요. 어려서부터 태권도와 계주 선수를 했을 정도로 운동실력이 얼마나 좋은데요. 하하하. 안젤리나 졸리나, 드라마 ‘아테나’에 나온 수애 언니 같은 액션연기 저도 잘 할 수 있거든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