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드라마든 내용과 설정 배경에 따라 해외 로케이션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이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해외 로케이션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여건이 자유롭지도 못했거니와 제작비가 해외 로케이션을 감당해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하는 영화들이 있었다. 첫 해외 로케 영화는 어떤 작품이었을까. 영화전문지 ‘씨네21’에 따르면 1928년 나운규의 작품 ‘사랑을 찾아서’가 중국 만주에서 촬영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가 본격적인 꽃을 피우기 시작한 해방 이후 작품으로는?
1960년 오늘, 영화 ‘길은 멀어도’(사진)가 첫 해외 로케이션에 나섰다. 홍성기 감독과 여주인공 김지미 등이 노스트웨스트 항공편으로 홍콩과 이스탄불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는 긴 여정에 올랐다. 특이한 것은 당시 홍성기 감독이 “나가는 김에” ‘유정’까지 촬영할 요량이었다는 점이다. 기록에 따르면 영화 ‘유정’은 완성되지 못했다. ‘길은 멀어도’ 제작진은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로케이션을 마치고 4월 귀국했다. 이후 6월 개봉한 ‘길은 멀어도’는 광고를 통해 해외 로케이션 영화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길은 멀어도’는 가난한 무명의 작곡가와 소프라노 여가수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홍성기 감독과 1958년 결혼한 김지미는 최무룡, 양미희 등과 함께 공연했다.
공교롭게도 홍성기 감독과 1962년 이혼한 김지미는 이듬해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최무룡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