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연이에게 배우고 안무가에 보충수업도 받아
아이돌 스타 춤 가르쳐주는 역할 진땀만 뻘뻘
학원물 반응 후끈…마치 수도권 입성한 기분?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연기자 이윤지(27)가 KBS 2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맡은 교사 시경진은 그녀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시크하고, 화려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였다. 학생들 앞에서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처럼 냉철하지만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예뻐보이고만 싶은 귀여운 여자.
극중 댄스교사이기도 했던 이윤지는 기린예고의 제자로 출연한 배수지, 옥택연, 장우영, 함은정 등에게 춤을 가르치는 장면에 대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이돌 댄스 가수들이잖아요. 전 교사니까 화려한 실력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참 민망하더라고요.(웃음) 혼자 해결해보겠다고 JYP엔터테인먼트 안무가에게 보충수업까지 받았어요.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촬영장에서는 오히려 택연이가 저의 댄스교사였어요. 은정이는 맵시가 예뻐보일 수 있게 춤을 추는 방법도 알려줬고요.”
이윤지는 지난해 연말 연극 ‘프루프’ 공연을 끝내고 곧바로 ‘드림하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빛나야 하는 드라마에서 내가 욕심을 부려도 되는 걸까. 늘 작품에서 막내 역할을 하던 내가 선배로서 아이들을 잘 안아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작품이 흘러가면서 시경진이 그렇게 변했듯, 저도 여유를 갖게 됐어요.”
지금까지 주로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등 중장년층이 즐겨보는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윤지는 학원물인 ‘드림하이’ 이후 확 달라진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변화를 “변두리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온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는 스타일에 변화를 줘도 크게 반응이 없었어요. 그런데 ‘드림하이’는 3회가 나가고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이 부각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이었고요. 시경진 스타일이라서 더욱 돋보이고 탄력받는 느낌, 마치 수도권으로 입성한 느낌이랄까요?”(웃음)
이윤지는 ‘드림하이’를 이끌어준 주인공들에 대한 기특함과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송삼동 역의 김수현에 대해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본 건 그 친구의 일부일 뿐이다”며 대성할 가능성을 내다봤다.
“아역부터 돋보였는데 함께 연기를 해보니 수현이의 무한한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그저 시작일 뿐이에요.”
고혜미 역의 배수지에 대해서는 애틋함이 묻어났다.
“수지를 만나면 ‘안녕’ 보다 ‘괜찮아?’라는 말이 먼저 나왔어요. 잠도 못자고 촬영장에 나오는 수지가 너무 안쓰러웠거든요. 작품이나 배우에 대한 평가 이전에 고생을 함께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어요.”
2004년 데뷔 이후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윤지는 ‘드림하이’ 이후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좀 쉬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아직은 쉬면서 충전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충전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라며 웃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