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어린시절 연기로 ‘명품 아역’ 주목
스물세살 첫 주연작서도 10대 연기
이미지의 충돌, 저니깐 할 수 있잖아요
2PM, 티아라, 미쓰에이 등 아이돌 가수들이 총집합한 드라마에 그동안 아역으로만 얼굴을 알린 한 연기자가 캐스팅됐다. 하지만 포스터에서도, 제작발표회에서도 화려하고 반짝이는 가수 출신 연기자들에 가려져 그는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1월3일 KBS 2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 첫 회가 시작됐다. 눈에 띄지 않았던 시골 촌놈 송삼동이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후의 주인공이자 세계적인 스타 K로 가장 화려하게 정상에 올랐다. 이렇게 촌뜨기 송삼동과 함께 연기자 김수현(23)의 연기 인생도 새로운 1막 2장을 열게 됐다.
● ‘드림하이’, 그리고 송삼동과 김수현
“안녕하세요”라며 김수현이 첫 인사를 건넸다. 삼동이가 떠올라 “아직 표준말이 어색하다”고 하자 그는 “저 역시 아직은 표준말을 억지로 쓰는 느낌이다”며 웃었다.
김수현은 ‘드림하이’가 끝나자마자 ‘반 기절’ 상태로 14시간을 잤다. 힘든 스케줄로 지친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긴장이 풀린 것 같다며 그동안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드라마 시작 때부터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저보다 훨씬 유명한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고요. 첫 대본 리딩하는 날 감독님이 ‘K가 되고 싶으면 누구든 도전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심과 신경전이 있었어요. 마지막 대본이 나오고 K가 저라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죠.”
김수현과 삼동이가 실제로 많이 닮은 것 같다는 말에 김수현은 전혀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삼동이는 순진하고 때가 묻지 않았어요. 계산적이지도 않고. 사랑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인물이잖아요. 하지만 김수현은 때도 묻고 순박하지 않아요. 딱 전형적인 서울남자예요.”
● 스물셋, 아역과 성인 이미지의 충돌
올해 스물셋인 김수현은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와 ‘자이언트’ 등에서 주인공들의 아역을 맡으며 ‘명품 아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그가 주연한 작품은 ‘드림하이’가 처음이지만 이번에도 성인이 아닌 고등학생 역으로 출연했다. 늘 또래보다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저는 지금의 상태가 좋아요. 나이도 그렇고 비주얼도 그렇고 모호한 상태. 소년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경계에 있는 상태잖아요. 지금이 아니면 소화하기 어려운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배우의 이미지가 충돌할 때 보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하거든요.”
● 연기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 자전거
자신의 말처럼 김수현은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천진난만함과 동시에 좀 더 성숙한 면모를 함께 지니고 있다. 스케줄이 없을 때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그는 “자전거를 탄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생각을 비우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는 의미심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거예요. 밤에 자전거를 타고 나오면 해가 뜰 때까지 타고요. 해가 떠 있으면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자전거를 타요. 주변에서 너무 몸을 혹사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 후에 얻는 것이 있거든요.”
● 한류스타 배용준의 관리 대상
지난해 한류스타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와 계약을 맺은 김수현은 “배용준 선배의 관리 대상에 제가 추가됐다”며 좋아했다.
얼마 전 김수현은 소속사 사무실에서 배용준을 만나 “사랑을 받으면 네가 받은 사랑을 돌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 앞으로 작품 활동과 너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자”는 얘기를 들었다. ‘드림하이’로 받은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겸손하게 생각하라는 선배의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드림하이’ 다음의 제 모습이요? 전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커요. 앞으로 10년 동안은 야생동물처럼 포악한 상태로 굶주리고 있을 거예요. 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배부른 동물은 포악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배고픈 동물처럼 연기에 대한 제 굶주림은 작품을 통해 조금씩 해소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일본만화의 주인공이 ‘그래, 난 모든 것을 불태웠다’고 말한 것처럼 저도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연기의 열정을 불태우고 싶어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