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7월 배우 이덕화가 동아일보에 털어놓은 교통사고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이덕화는 윤삼육 감독의 영화 ‘살어리랏다’로 그해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뒤 아버지인 배우 이예춘을 떠올리며 순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1977년 오늘, 이덕화에게 이토록 힘겨운 고통을 안겨준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밤 9시30분께 드라마 녹화를 마치고 350cc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한남동 집으로 향하던 이덕화는 앞의 시내버스를 추월하려다 버스 오른쪽 범퍼에 받히며 넘어져 중상을 당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배우의 길에 나선 이덕화는 고교 시절부터 오토바이를 즐겼다. 오토바이를 탄 제임스 딘의 사진에 매료돼 오토바이를 자신의 발이자 소일거리로 삼았다.
하지만 그에게 오토바이 사고의 후유증은 너무도 컸다. 무려 1년 4개월 동안 병상의 신세를 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 이예춘도 그해 11월23일 세상을 떠났다. 오랜 세월 앓아온 고혈압과 당뇨병이 원인이었다.
사고로 누워 있던 그에게 아버지의 타계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아버지를 추억하며 송구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덕화는 부인 김보옥 씨의 헌신적인 간호로 건강을 되찾았다. 몸 곳곳에는 수술의 흉터가 가득했다. 몸에 난 흉터 때문에 한동안 대중목욕탕에 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1978년 여름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그런데 1990년 6월24일 전북 정주시에서 타고 있던 지프가 버스와 충돌해 늑골 골절 등 중상을 입는 사고를 또 당했다. 두 번의 사고로 장애의 후유증은 남았지만 이덕화는 두 번의 사고가 안겨준 삶의 경험으로 이제 든든한 중년의 연기자로 후배들과 호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