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사람들은 때로 전파를 타고 흐른 말, 말, 말로 인해 곤욕을 치르곤 한다. 특히 사회비판적 발언 등에 대한 권력의 어긋난 감시가 판을 치던 시절, 바로 그 말 때문에 고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가는 세월’과 ‘그림자’ 등의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서유석(사진)은 1970년대부터 약 30여 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7년 오늘 서유석이 3년여 만에 재기의 리사이틀 무대를 열었다. 한 해 전 내놓은 ‘가는 세월’이 히트하면서 그는 다시 팬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3년여의 시간 동안 서유석은 ‘음지’에 숨어야 했다. 1969년 데뷔한 서유석은 1973년 4월1일부터 TBC(동양방송)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DJ로 활동했다. 서유석은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서 한 외국 통신사의 베트남전 종군기자가 쓴 ‘추악한 미국인’이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읽었다. 책에는 전쟁의 참상과 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이 있었다.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시기, 한국군의 파병 문제를 두고 논란이 오가던 때였다. 방송 도중 정부 모 부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엄포의 목소리는 살을 떨리게 했다. 서유석은 20분 길이의 긴 노래를 틀어놓고 방송사를 빠져나와 인근 목욕탕에 3일이나 숨어 있어야 했다. 그 3일은 3년이 되었고 그동안 서유석은 대중 앞에 나설 수 없었다.
그 아픔의 세월을 담은 노래가 바로 1976년 그가 서울로 돌아와 발표한 ‘가는 세월’이었다. 대마초 파동으로 인기가수들이 사라진 사이 당국은 서유석에 대한 암묵적인 규제를 풀었고 서유석은 자신이 겪은 설움을 노래로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