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로열패밀리’ 엄집사역 주목받은 전노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엄기도 죽는 장면 찍을때 촬영장 눈물바다 됐죠”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엄기도가 죽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눈물이 끝도 없이 났어요. 촬영장이 순간 조용해졌는데 다들 울었다고 하더군요.”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의 진짜 주인공은 김인숙(염정아)도, 한지훈(지성)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김인숙을 미군부대 양공주집에 데려다 주고 훗날 JK그룹에 입사시킨 인물, 자신의 죽음으로 김인숙이 복수에 박차를 가하도록 만든 인물.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쥔 역할, 바로 배우 전노민(45)이 맡은 ‘엄집사’ 엄기도였다.》

지난주 드라마 종영 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노민은 “팬들이 로열패밀리의 최대 수혜자라고들 한다.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대부’의 변호사 톰 하겐을 모델로 삼아 연기했어요. 오랜만에 출연하는 미니시리즈라 열심히 준비했죠. 이달 중순부터 드라마 ‘계백’(가제) 촬영에 들어가는데 지략가 성충 역을 맡았어요.” 성충은 계백과 함께 백제 의자왕 때 3대 충신 중 한 명으로 주연급 역할이다.

1995년 공익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사랑과 야망’(2006년) ‘나쁜여자 착한여자’(2007년) 등 히트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선덕여왕’(2009년)에서는 미실(고현정)을 끝까지 지키는 설원랑 역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선덕여왕’ 촬영이 마무리될 때쯤 출연했던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는 배급사를 찾지 못해 2년간 개봉이 미뤄졌다가 지난달 초 개봉한 후 닷새 만에 내렸다. 전노민은 자폐아인 자식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는 아버지 역을 맡았다. “저한테는 상처였죠. 그냥 흥행을 못한 거면 상관없는데 배우로서 평가받을 기회도 얻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으니까요.”

전노민이 연기한 ‘로열패밀리’의
집사 엄기도는 남자 주인공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드라마 후반부를 장식했다.
MBC TV 화면 촬영
전노민이 연기한 ‘로열패밀리’의 집사 엄기도는 남자 주인공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드라마 후반부를 장식했다. MBC TV 화면 촬영
‘로열패밀리’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는 “원래 나보다 인지도가 높은 다른 배우와 함께 물망에 올랐었는데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선덕여왕’의 김영현 작가가 날 추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인숙의 엄기도, 미실의 설원랑. 누군가를 지켜주는 우직한 남자의 이미지는 현실에서도 이어진다. 인터뷰 내내 8세 연상의 아내 김보연 얘기를 빼놓지 않던 그는 “배우로서 아무리 잘하더라도 가장으로서 0점을 할 바에는 차라리 배우로서 80점을 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최근 개봉작 ‘적과의 동침’에선 이 작품에 출연한 아내의 부탁을 받고 이례적으로 악역을 맡았다. 마을 사람들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독한 인민군 장교다.

“요즘 드라마에 대가족이 사라지다 보니 삼촌 역할이 없어졌잖아요. 제 나이가 애매해요. 젊고 멋진 역할도 할 수 없고 아버지를 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도 계속 좋은 배역을 맡아왔어요. 아내는 늘 저보고 행운아라고 얘기해요.”

쪽대본에 밤샘 촬영, 마지막의 격렬한 액션 신까지 소화하느라 지쳤을 법도 하지만 전노민은 벌써 성충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작품을 챙겨보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바로 다음 날부터 빨리 다른 작품을 시작하고 싶어요. 20대 후반에 늦게 데뷔해서 못해본 역할이 아주 많거든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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