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코리안파워 2인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세계 영화의 심장 할리우드에 ‘코리안 바람’이 거세다. 2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 2’는 재미동포 여인영(미국명 제니퍼 여 넬슨·39)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계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연출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인 만화가 형민우 씨(38)의 만화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프리스트’는 6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형 작가의 작품은 한국 만화 중 할리우드 영화의 원작이 된 첫 사례다.》

■ ‘쿵푸팬더2’로 감독 데뷔한 여인영 씨
“손 빠르고 잘 들으면 감독 돼요”


쿵푸팬더2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의 영화에서 한국계로는 최초로 감독을 맡은 여인영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쿵푸 팬더의 익살을 만끽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CJ E&M 제공
쿵푸팬더2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의 영화에서 한국계로는 최초로 감독을 맡은 여인영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쿵푸 팬더의 익살을 만끽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CJ E&M 제공
여인영 감독은 제작사 드림웍스에서 보조업무 담당으로 시작해 감독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신밧드’ ‘마다가스카’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의 흐름과 전개를 책임지는 ‘스토리보드 팀장’으로 활동하다 이번 영화로 감독에 데뷔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16일 방한한 그는 감독으로 승진을 한 비결을 묻자 “빠른 손 때문”이라며 웃었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원화 그리는 직원)로 일할 때 다른 사람은 일주일 걸릴 그림을 저는 이틀 만에 끝냈어요.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존경을 받았죠.” 한국인이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점을 그가 입증한 셈이다. 드림웍스의 제작자는 여 감독의 이런 능력을 눈여겨봤고, 앤젤리나 졸리, 잭 블랙 등 할리우드 스타가 주인공 목소리 연기를 맡은 ‘쿵푸팬더2’의 감독으로 발탁했다.

하지만 단지 빠른 손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감독이 될 수는 없다. “감독은 듣는 능력이 중요해요. 스태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내 머릿속의 이미지와 합치는 게 성공 요소죠.”

감독이 된 후 큰 차나 수영장 딸린 집을 얻었느냐고 묻자 다시 웃었다. “달라진 점은 회사 주차장에 제 자리가 생긴 것뿐이에요.”

‘쿵푸팬더2’는 전작처럼 동양과 서양의 정서를 함께 지닌 좌충우돌 판다의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을 웃게 만든다. “미국에서 자랐지만 전통을 강조하는 부모님에게서 동양의 정서를 배웠어요. 그런 철학이 작품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여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이민을 갔으며 롱비치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전작 ‘쿵푸팬더’는 467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속편의 감독은 당연히 부담이 크다. “저는 헤비(대규모) 액션을 좋아해요. 대형 폭파신, 군복 입고 뛰는 군중 등의 장면을 많이 쓰죠. 저만의 스타일로 승부할 겁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내달 개봉 ‘프리스트’ 원작자 형민우 씨
“동-서양 혼합정서에 반했대요”


프리스트 형민우 작가는 “예술가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제대로 몰입하다 보면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비주얼웍스 제공
프리스트 형민우 작가는 “예술가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제대로 몰입하다 보면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비주얼웍스 제공
형민우 작가에게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인 소니픽처스에서 연락이 온 것은 2003년. 그는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때의 떨리는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프리스트’는 신의 규율에 따라 통제되는 미래 세계에서 가족을 잃은 신부가 신의 뜻을 거역하고 복수한다는 줄거리의 만화다.

1998년 국내 만화잡지에 연재를 시작한 후 2003년까지 16권의 단행본이 나왔다. 만화는 국내 인기를 넘어 아시아 미주 유럽에서 번역 소개돼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자연스럽게 할리우드에 ‘간택’됐다.

“서구의 종교(가톨릭)를 소재로 하면서도 동양적인 정서를 혼합한 느낌에 반했다고 제작사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영화 연출을 맡은 스콧 스튜어트 감독도 “형 작가의 원작은 서구와 아시아의 만화 스타일을 결합한 걸작”이라며 “훌륭한 색채감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를 매혹시켰다”고 평가했다.

스튜어트 감독은 ‘아이언맨’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시각 효과를 담당했으며, 주인공인 신부 역은 ‘도그빌’ ‘뷰티풀 마인드’에 출연한 폴 베터니가 맡았다. ‘다이하드 4’의 여배우 매기 큐도 나온다.

6월 9일 영화 개봉을 앞둔 형 작가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외국에서는 영화를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것 같아 부담이 없지만, 한국 관객은 잣대가 엄격해요. 덤덤하게 기다리려고 노력 중이죠.”

그는 한국 만화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면 만화가들이 한 가지 분야에 더욱 천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식적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보면 안 될 것 같아요.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분야를 파고들면 뭔가 노다지가 나올 겁니다.” 그는 요즘 이문열 작가의 소설 ‘초한지’를 자기 스타일로 그리는 일에 빠져 있다.

만화가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화, 드라마 등 많은 문화 콘텐츠가 만화에서 상상력을 얻고 있지만 만화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아직도 열악해요. 제2, 제3의 형민우가 나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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