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는 화려한데 배우흡인력은 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12일 나란히 개봉한 ‘천녀유혼’과 ‘옥보단 3D’는 각각 1987년과 1992년 제작된 동명의 홍콩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장궈룽(張國榮)과 왕쭈셴(王祖賢)의 매력이 돋보였던 원조 ‘천녀유혼’은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원조 ‘옥보단’도 기발하면서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성애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홍콩과 대만에서 먼저 개봉해 화제가 된 리메이크작을 원작과 비교해봤다.》

○ 특수효과는 ‘업그레이드’, 배우는 ‘다운그레이드’

‘엽문’의 예웨이신(葉偉信) 감독이 리메이크한 ‘천녀유혼’은 원작에 비해 배우들의 매력이 떨어진다. 여성 팬들을 밤잠 설치게 한 장궈룽의 미소와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왕쭈셴의 충격적 미모를 신작에선 볼 수 없다. 신작의 남자 주연 위사오췬(余少群)은 27세인데 소년 같다. 장궈룽의 미소년 같은 외모를 의식한 캐스팅이다. 하지만 어리바리하면서 백치미가 넘쳤던 장궈룽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위사오췬은 장궈룽처럼 연기하지만 백치미에서 ‘미(美)’가 빠진 느낌이다. 여주인공 류이페이(劉亦菲)는 24세임에도 여고생 같은 청순미로 남성 팬들의 주목을 끈다. 그러나 전작에서 청순함에 섹시함까지 겸비했던 왕쭈셴의 아우라에 다가가기엔 한참 모자란다.

신작 ‘천녀유혼’의 다른 약점은 전작의 ‘수중 키스신’ 같은 결정적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왕쭈셴이 장궈룽에게 물속에서 숨을 불어넣어 주는 대목은 이 영화 마니아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신작은 이런 ‘킬러 콘텐츠’의 부족으로 짧은 순간이나마 영원한 사랑을 꿈꿨던 전작의 애절함을 계승하지 못했다.

신작엔 원작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블록버스터 분위기를 냈고, 전작엔 없었던 또 다른 퇴마사 구톈러(古天樂)를 투입해 삼각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이야기를 풍성하게 했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장궈룽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주제가는 그 시절 ‘천녀유혼’을 기억하는 팬을 위한 보너스다.

○ 부족한 상상력을 액션으로 채운 ‘옥보단 3D’

‘옥보단 3D’는 홍콩 개봉 첫날 278만 홍콩달러(약 3억9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며 지난해 ‘아바타’의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흥행 여부는 물음표다.

우선 전작이 보여줬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신작엔 없다. 전작에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줬던 ‘밧줄 장면’ ‘수중 장면’ 같은 독특한 애정신을 그대로 답습했다. ‘에로’는 있지만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코믹’은 없다.

대신 신작은 1992년판에는 없는 다양한 액션신을 선보였다. 화려한 CG를 활용한 액션은 눈길을 끈다. 전작이 ‘코믹 에로’ 영화라면, 리메이크작은 ‘액션 에로’인 셈이다. 영화가 내세운 3차원(3D) 기술이 빛나는 대목도 칼과 표창이 관객을 향해 날아오는 듯한 액션 장면이다. 하지만 액션 장면에 곁들여진 폭력은 지나쳤다. 신체가 절단되고 훼손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B급 액션 영화에서 보아왔던 ‘피칠갑’을 옮겨놓은 듯하다.

3D로 구현된 ‘육체의 향연’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액션신에서 펄펄 날던 3D는 애정신에선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여배우 하라 사오리가 손을 뻗어 관객을 유혹하는 듯한 장면에서만 3D의 존재감이 살짝 느껴질 뿐이다. 3D로 구현된 장면들은 숨죽여 애정신을 즐기려는 관객의 ‘은밀한 몰입’을 오히려 방해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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