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그 명곡’들 왜 못듣나 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 재발매 안 되는 명반들 사연

1997년 발매 이후 절판됐던 부활 5집은 우여곡절 끝에 최근 재발매됐다. 하지만 주옥같은 곡들이 담긴 김완선의 5집, 박지윤 1집, 넬의 첫 번째 앨범은 절판되고 음원 다운로드마저 안 되고 있다(위부터).
1997년 발매 이후 절판됐던 부활 5집은 우여곡절 끝에 최근 재발매됐다. 하지만 주옥같은 곡들이 담긴 김완선의 5집, 박지윤 1집, 넬의 첫 번째 앨범은 절판되고 음원 다운로드마저 안 되고 있다(위부터).
“부활시켜 줘요.”

“CD는 구할 수가 없고, MP3 파일도 살 수가 없고 ㅠㅠ.”

1997년 발매됐던 ‘부활’ 5집을 구할 수 없어 음원 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리며 속을 태우던 팬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5집 ‘불의 발견’이 6일 재발매된 것.

부활 5집은 타이틀곡 ‘Lonely Night’와 ‘슬픈 바램’ ‘마술사’ ‘또 다른 미로’ 같은 곡들이 보컬 박완규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멋지게 어우러진 명반으로 꼽힌다. 재발매가 되기 전까지 이 희귀 음반은 중고 사이트에서 6만∼20만 원 선에 거래됐다. 팬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판권을 확보하지 못해 재발매를 못하고 있던 부활 측이 최근 극적으로 판매권자와 연락에 성공한 것. 새로 나온 5집은 1997년 음원을 재녹음이나 편곡 없이 그대로 담고 올해 초 발표한 박완규의 ‘비밀’만 추가했다. 앨범 재킷 디자인도 예전 그대로다. 부활 측은 “당시 목소리가 그립다는 (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의 인기에 힘입어 1990년대∼2000년대 초 대중가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이 듣고 싶어 한다고 모든 옛 노래들이 부활 5집처럼 재발매되거나 음원 형태로 서비스되는 건 아니다.

최근 ‘수퍼 러브’로 컴백하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김완선의 경우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가장 무도회’ 등이 수록된 5집(1990년)이 절판되고 음원 다운로드도 중지된 상태다. 김완선 5집은 솔로 여가수 중 최초로 음반 판매 100만 장을 넘긴 것으로 추산되는 기념비적 음반이다. ‘하늘색 꿈’이 들어 있는 박지윤의 1집(1997년), ‘믿어선 안 될 말’이 있는 ‘넬’의 첫 앨범 ‘Reflection of’(2001년)도 ‘부활’하지 못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Reflection of’는 중고 매매가가 20만∼30만 원에 이르는 ‘최고가 음반’ 중 하나다.

이들이 절판된 음반을 재발매하거나 음원 서비스를 못하는 이유는 저작권자나 판매권자가 발매를 원하지 않거나 판매권을 가진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넬의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 측은 “‘Reflection of’를 재발매하려고 판매권자를 찾았지만 당시 소속사가 사라져 누가 책임자인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소속사를 옮긴 가수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음반 판매권을 일부러 넘기지 않고 음원 사이트 등에도 공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판매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음반이나 음원을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국저작권협회 측은 “(작곡가가 갖는) 저작권과 무관하게 판매권을 가진 기획사 등이 음원을 발매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했거나 부도가 나서 없어진 경우엔 음반 발매나 음원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가요 팬은 “음반이나 음원의 재발매가 불가능한 음악을 좋아한다면 불법 다운로드나 복사밖에는 길이 없는 셈”이라며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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