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러브 러브 러브’ 발표한 샛별 해오라
‘엑스재팬’ ‘너바나’를 사랑하는 스무살 로커
하얀 피부, 귀엽고 앳된 얼굴, 긴 머리의 청순한 분위기.
외모만 보면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걸그룹 멤버로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과 엑스재팬의 히데를 꿈꾸는 로커의 열정이 숨어 있다.
18일 데뷔 싱글 ‘러브 러브 러브’를 발표하고 가요계에 등장한 가수 해오라(본명 임지현·20)의 이야기다. 엄격한 가정의 무남독녀인 해오라는 열여섯 살에 본 일본 록그룹 엑스재팬의 공연실황 DVD를 보고 가수를 꿈꿨다. 빨강 머리에 짙은 눈 화장의 기타리스트가 하트가 가득 그려진 기타를 연주하며 장난스런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모습에서 신비한 매력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그 기타리스트(히데)가 된 듯한 환상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이후 그는 기타와 피아노를 배우고 곡을 쓰면서 밴드의 꿈을 키워왔다. “걸그룹들이 요즘 잘 되서 주목받는 것을 보면 솔직히 부럽다. 그러나 (걸그룹은) 내 길이 아니다. 좋은 곡을 써서 훗날 탄탄한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이런 해오라에게 커트 코베인은 위로와 희망을 준 정신적 멘토였고 뮤즈였다. 절친한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우울하던 열일곱 살의 어느 날, 커트 코베인의 우울하고 암울한 감성의 음악을 듣고 또 그의 일기장을 보면서 정신적 교감을 느껴 흠모하게 됐다. 너바나의 노래 ‘리튬’의 ‘난 무너지지 않아’(I'm not gonna crack)란 가사를 삶의 좌우명으로 정하고 음악적인 좌절이나 정신적 고통에 직면할 때마다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해오라는 데뷔에 앞서 ‘베토벤 바이러스’ ‘천하무적 이평강’ 등의 드라마 OST에 참여해 목소리를 알렸다. 특히 ‘천하무적 이평강’ 삽입곡 ‘예스터데이’는 그가 가수뿐 아니라 작곡가로서 처음 발표한 노래다. 작년에는 밴드 멤버를 직접 선발해 4개월간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 클럽에서 자작곡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데뷔곡 ‘러브 러브 러브’는 복고 스윙 비트의 60년대 전형적인 록음악 스타일로, ‘괴짜 가수’ 김박사가 작사, 작곡했다. 랩도, 내레이션도, 노래도 아닌 도입부가 독특하다. 밴드를 꿈꾸며 오아시스, 레드핫칠리페퍼스의 노래를 즐겨 불렀던 해오라는 데뷔를 앞두고 이른바 ‘가요 창법’이 익숙치 않아 ‘러브 러브 러브’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광대가 되고 싶다. 무대에서 음악으로 사람들과 교감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어 음악을 시작했다. 즐거움도 주고 슬픔도 주는 광대처럼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