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았고 말 많았던 '시티헌터'가 드디어 안방극장으로 찾아온다. SBS에서 5월 25일부터 매주 수목 방영된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꽃보다 남자' 신드롬으로 화려하게 비상한 이민호, '성균관스캔들'의 박민영, 한류스타 '카라'의 구하라가 출연한다. 제작진으로는'검사 프린세스'의 진혁 PD와 '뉴하트', '대물'의 황은경 작가가 만나 화제가 됐다.
호조 츠카사가 집필한 일본 원작 만화 '시티헌터'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980년대 일본 도쿄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돈 밝히고 호색한인 해결사 사에바 료가 도시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게 기본 줄거리다.
사실 드라마 '시티헌터'는 2007년 초반에 기획됐지만 제작 난항을 겪어 무산될 뻔한 작품이다. 2008년에는 정우성이 주연배우 물망에 오르면서 미국 폭스 TV와 계약을 맺고 미국 전역에 방영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가 없던 일이 됐다.
이번에 국내 방영되는 드라마 판 '시티헌터'는 한국적 상황에 맞춰 원작 만화의 설정을 상당부분 바꿨다. 과거 살인청부까지 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아웃사이더로 설정됐던 주인공 캐릭터는 2011년 한국의 청와대 국가지도통신망팀을 배경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MIT 박사 출신의 '엄친아' 이윤성으로 재탄생했다. 박민영이 전직 유도선수 출신 청와대 경호원 김나나 역을 맡아 작전 수행 과정에서 이윤성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제작진 "원작의 주제인 '인간애'의 초점을 뒀다"
스케일도 커져 아웅산 테러로 극이 시작된다. 1983년 10월 북한이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 및 수행원을 대상으로 자행한 실제 사건이다. 극에선 픽션을 가미해 일부 정보원 및 군 인사들이 보복을 위해 일부 대원을 북파 하는 내용을 넣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한국 정부가 대원들을 모두 사살하게 되고 혼자 살아남은 대원 이진표(김상중 분)가 복수를 위해 친구인 박무열(박상민 분)의 아들 윤성(이민호 분)을 데리고 태국으로 건너간다. 10년 뒤, 윤성은 한국으로 돌아와 '시티헌터'로 활동하며 세상의 비리를 해결하고 친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리스'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첩보물의 아류작이 아니냐는 의견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원작의 팬들은 어렵사리 판권을 산 '시티헌터'가 어처구니없는 원작 훼손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차라리 '시티헌터'라는 이름을 달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SBS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제작진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원작과 다르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
"배경을 한국 상황에 각색해서 만든 작품이다. 원작과 너무 다르다는 평이 있긴 했지만 별로 차이가 없다. 드라마 '시티헌터'를 통해 현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판타지를 주고 싶었고 외로운 사람들이 인간애와 가족을 찾는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었다."(진혁 PD)
"드라마 '시티헌터'의 주제는 '인간애'이다. 원작이 워낙 대작이고 긴 작품이기 때문에 원작에 100% 충실했다고 할 수 없지만 원작에 주제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드라마에 잘 스며들었다."(황은경 작가)
“태국에서 코리끼가 침 뱉었어요.” 주연배우 이민호는 김상중과 태국 촬영 중 코끼리 코에서 나오는 물을 맞았는데 그게 알고보니 침이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이민호 "편하게 임하고 있지만 부담감은 지울 수 없어"
'시티헌터'로 분한 이민호는 원작의 주인공 료 만큼 미남자지만, 원작과는 달리 청와대 경호원 박민영과 대통령의 딸 구하라와 삼각관계를 그릴 전망이다.
원작의 주인공 료는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호색한이다. 그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미녀들은 전부 에피소드 말미에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이민호는 박민영과 구하라 그리고 황선희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에 쑥스럽고 난감한 듯 "모르겠다"며 소년같이 부끄러워했다. 옆에 있던 구하라는 약간 삐쭉거리기도 했다.
-이민호가 출연했던 '꽃보다 남자' '시티헌터'는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일본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가 있나?
"내 성격이 희로애락이 강한 편이 아니다. 오히려 무덤덤하다고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변화가 큰 캐릭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원작이 있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이민호)
-원작 '시티헌터'의 '사에바 료'는 상당한 여자를 좋아한다. 윤성과 다른 점은 있나?
"사실 원작이 조금 오래돼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윤성과 사에바 료가 다른 점이 있다면 덜 호색한이라는 것? 호색한 같은 모습이 원작의 묘미라서 살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TV 드라마이기에 한계가 있다. 윤성은 약간 귀여운 캐릭터가 추가될 것 같다." (이민호)
-캐릭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아무래도 액션신이 있다보니 3개월 동안 일주일에 3~4번씩 액션 연기를 꾸준히 준비했다. 이제까지의 드라마 액션과는 좀 다를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캐릭터는 눈빛이 굉장히 중요하다. 눈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려고 눈빛연기를 많이 하고 있다. 편한 마음으로 준비하곤 있지만 오래전에 작품이 무산이 될 뻔했던 걸 알고 있고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감이 큰 건 사실이다. 원작 팬들에게는 2011년에 재탄생하는 '시티헌터'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민호) ▷ 박민영 "이민호, '우월 기럭지' 구겨가며(?) 엎어져 주더라."
영화 촬영을 마치고 한달만에 ‘시티헌터’를 시작한 박민영은 전직 유도선수인 청와대 경호원으로 액션 연기를 하는데 한창이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박민영은 원작에서 료의 여성 파트너 마키무라 가오리에 해당되는 청와대 경호원 김나나 역을 맡았다. 나나는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생활비를 벌어 대학까지 졸업하는 인물로, 생활력 강하고 씩씩한 '88만원 세대'의 전형이다.
원작에서는 미인만 보면 침을 흘리는 료에게 가오리가 100톤이라고 적힌 망치를 휘두르는 장면이 나오곤 했다.
박민영은 "업어치기는 나나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이라며 "원작에서는 나나 캐릭터가 100톤짜리 망치를 가지고 주인공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 드라마에서는 그게 업어치기"라고 말했다.
-차기작을 '시티헌터'로 선택한 이유는?
"'시티헌터'를 제의받았을 때 회사 사람들 10명 중 9명이 반대를 했다. 액션신이 있다보니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셨다. 원래 내 성격상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내가 흥미가 생기면 하고 싶은 욕구가 들면 한다. '시티헌터' 에서 희망을 주는 '나나'역할이 좋았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 갈 감독님과 작가선생님의 앙상블도 궁금했다."(박민영)
-이민호와 호흡은 잘 맞는가?
"이민호는 5년 전 CF에서도 만났고 KBS 드라마 '아이 엠 샘'에서도 만나 친하다. 너무 친해서 이민호와 로맨스를 하려니 감정이 잘 안 잡혀 걱정이다. 그래도 이민호가 배려심이 많아 역대 파트너 중 가장 편한 사람이다. '엎어치기'는 넘기는 사람과 넘어가주는 사람의 '합'이 중요한데 이민호가 기럭지를 잘 구겨서 넘어가주더라. 고마웠다."(박민영)
-유도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유도실력은 어느 정도 되나?
"처음에 유도를 배울 때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하고 후회했다. 하다보니 유도가 정말 재밌었다. 이민호에게 유도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는 대역이 필요없을 정도로 기본 실력은 연마했다. 지금 이민호는 한번에 업어치기 할 수 있다."(박민영)
-전형적인 로맨틱 드라마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될 수 있다. '나나'만의 매력이 있다면?
"극 초반에는 전형적인 여자주인공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가면 '액션멜로'가 어울리는 나나가 되어갈 것 같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면서 나나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그것이 매력이 될 것 같다. '시티헌터'는 어두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빛을 그려가는 내용이어서 그런 것에 중점을 둔다면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박민영) ▷ 구하라 "욕을 먹더라도 당당하게 먹겠다"
‘카라의 이중생활’로 일본에서 연기를 했던 구하라는 멤버들에게 “절대로 그때처럼 하면 안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연기 첫 도전을 하는 구하라는 제작보고회 내내 싱글벙글 웃으며"발연기를 할지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포토 타임 때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박민영과도 장난을 치며 즐겁게 임했다. 구하라가 맡은 '최다혜'는 말괄량이 대통령의 딸로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 캐릭터이다.
-'발연기'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연기 평이 두렵진 않나?
"분명히 첫 도전이기에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기에 관심이 많아서 선택하게 됐다. 어차피 욕을 먹을 거라면 당당히 욕먹을 거다. 그래야 나도 더 노력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구하라)
끝으로 김영섭 CP는 "'시티헌터'는 오래 숙성된 작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원작과 좀 다르게 각색되겠지만 액션과 줄거리를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통쾌하게 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의 연출과 작가 그리고 연기자들이 모였다. 원작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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