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신작 미드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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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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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야하게… 더 과격하게…
쫓기는 범인이 주인공으로

올해 시작한 미드 ‘카멜롯’ AXN 제공
올해 시작한 미드 ‘카멜롯’ AXN 제공
“요즘 미드 뭐 보세요?”

가끔 듣는 질문인데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뭔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최신작을 얘기해야 할 텐데 요즘 보는 미드(미국 드라마)라곤 ‘하우스’ ‘C.S.I.’처럼 잘 알려진 롱런 작품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요즘 미드, 좀 김샌다. 신작을 검색해 봐도 비슷비슷한 범죄물이나 의학물이 대부분이다. 인기만 있으면 시즌을 거듭하고 스핀오프(일종의 번외 시리즈 격)를 내놓는 미드 특유의 시스템 때문에 명작들이 동력을 잃고 범작으로 고꾸라지는 안타까운 상황도 자주 나온다.

이런 상황을 미드 제작자들도 느끼는 모양이다. 요즘 나온 미드 중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미드 팬들이 매기는 별점으로 미드 순위를 100위까지 게재하는 티비닷컴(www.tv.com)을 참고해 주목받는 신작 미드들의 전략을 분석했다.

▽쫓는 대신 쫓겨라=지금까지 미드 범죄물은 대부분 수사관이 범죄자를 쫓는 수사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인기를 모은 ‘덱스터’나 ‘브레이킹 배드’는 이 공식을 뒤집었다. 덱스터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 브레이킹 배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마약 제조에 뛰어드는 화학교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잡힐까 봐 맘 졸이느라 스릴을 만끽할 수 있으며, 주인공과 함께 도덕적으로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쾌감도 있다. 결점 많은 주인공에게는 감정이입도 쉽다. 올해 첫 시즌을 시작한 ‘브레이크아웃킹스’는 아예 뛰어난 탈옥범들을 모은 뒤 이들이 범죄자를 쫓도록 했다. 탈옥범들은 도박꾼에 갱 출신까지 다양한 범죄자로 구성돼 있다.

▽피와 살을 보여라=‘스파르타쿠스’를 통해 한국에서도 그 효과가 입증된 전략이다. 과감한 러브신과 잔인하다고 표현될 만큼 과격한 전투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스파르타쿠스’를 방영했던 케이블채널 ‘스타즈’에서 올해 내놓은 ‘카멜롯’ 역시 이런 전략에 힘입어 닳고 닳은 아서 왕 이야기를 다뤘는데도 티비닷컴에서 29일 현재 19위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아서 왕의 이복누나이자 왕위 다툼을 벌이는 적으로 등장하는 모건 여왕은 심지어 여신급 미모에 여신급 몸매로 인정받는 에바 그린이다. 1화부터 과감한 베드신이 등장하는데, 이미 국내 팬들로부터 ‘에바 그린 때문에 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원작을 잡아라=티비닷컴 순위에서 신작 미드로는 드물게 3위라는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인 ‘왕좌의 게임’이 원작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조지 R R 마틴의 판타지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중 1부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피와 살을 보이라는 두 번째 전략까지 채택했으니 주목을 끌 만도 하다.

지난해 BBC에서 방송한 현대판 ‘셜록’의 성공에 힘입어 추리소설 ‘셜록 홈스’에 영감을 받은 드라마들도 등장하고 있다. 집세가 싼 베이커가 221B(소설에 나오는 홈스 집의 주소)에 이사 온 형제가 전 주인인 홈스에게 온 편지를 받고 사건 수사에 나선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베이커 스트리트 레터스’, 홈스의 후손이 추리를 펼친다는 ‘호크셔’가 올가을 미드 새 시즌을 노리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꽉 짜인 플롯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몇 년 새 다소 힘이 빠져 보이는 미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신작 미드 중 무엇이 살아남고 무엇이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나저나 ‘드라마 머스트 고 온’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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