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짬뽕 먹으러 내일 또 와도 돼요?” ‘애정만세’의 여고생 민정(류혜영·오른쪽)은 당돌하고 발칙한 대사들을 쏟아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디스토리 제공
연인을 위해 목숨 바치는 숭고한 사랑, 청춘 드라마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사람들이 엮어가는 사랑만 사랑은 아니다. 36.5도의 체온과 뜨거운 피가 펄떡이는 심장만 있으면 누구나 “애정 만세”를 외칠 자격이 있지 않은가.
두 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 ‘애정만세’(9일 개봉)는 이런 ‘불온한’ 생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중년의 ‘애 엄마’가 꿈꾸는 혼자만의 짝사랑, 술집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여고생의 불순한 애정이 이 영화가 그려낸 사랑의 소묘다.
부지영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에피소드 ‘산정호수의 맛’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한 남성이 여성의 발목 상처를 핥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 순임(서주희)은 지난가을 경기 포천시 산정호수로 회사 야유회를 다녀왔다. 그는 회사 동료 준영과 2인 3각 달리기를 하다 발목에 상처가 생겼다. 그에게는 이 상처가 사랑의 훈장. 순임은 준영의 집 앞을 얼씬거리고 추억을 되새기며 산정호수를 다시 찾는다. 딸의 어그부츠를 몰래 신고 짧은 치마를 입었다가 딸에게 철없다는 핀잔을 듣는다.
‘산정호수의 맛’이 수채화라면 양익준 감독의 두 번째 에피소드 ‘미성년’은 강렬한 유화다. 영화음악을 담당하는 진철(허준석)은 잠에서 깨어나 옆에 누워 있는 낯선 여성에 놀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술집에서 만난 여고생 민정(류혜영)이다. 미성년자와의 잠자리 때문에 불안한 그에 비해 민정은 당당하게 짬뽕을 사 달라고 조른다. 또 찾아오겠다는 말까지 남기고 간다.
부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은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대한민국 여성에는 ‘여자’와 ‘아줌마’ 두 종류가 있다는 남성들의 비아냥거림을 비웃으며 중년 여성의 로망을 그린다. 특히 서주희의 연기는 올해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
양 감독은 ‘똥파리’ 때만큼은 아니지만 욕설과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거칠게 색칠한다. 뭔가 만들다 만 듯한 느낌을 남긴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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