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는 작은 목캔디 한 개를 입에 물고 있었다. 티 나지 않게 목을 달래는 중이었다.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하다 보니 “목이 조금 아프다”는 얼굴에선 그래도 생기발랄한 미소가 묻어났다.
그의 어딘가에 숨어 있었을 당돌한 매력이 한껏 드러난 무대, 바로 영화 ‘모비딕’이다. 영화에서 신참 사회부 기자로 나선 김민희는 공대 출신답게 기발한 상상력과 발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그저 신세대의 이미지로만 비치다 2006년 KBS 2TV 드라마 ‘굿바이 솔로’와 2007년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거쳐 2009년 ‘여배우들’까지, 김민희는 배우로서 역량을 새롭게 발휘해왔다. 그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모비딕’ 속 기자는 꽤나 잘 어울리는 옷처럼 보인다. 영화 속 캐릭터로서 ‘잘 어울리는 옷’을 입기까지 김민희는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일정한 시선 속에 자리잡은 이미지로 억울하지는 않았을까.
“그렇다고 어떻게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저마다 보는 시각과 취향은 다르기 마련. 항상 열어두고 생각하려 한다. 다른 이들의 의견도 받아들이면서.”
얘기를 듣고 있자니 어느새 30대의 초입에 들어선 나이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내 스스로 뭔가 바뀐 것도 없다. 스물아홉시절인 지난해 친구들과도 내년이면 ‘서른이야’ 하며 웃었던 기억 정도? 오히려 나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사람들이 ‘이제 서른이야?’ 물을 정도니 대체 내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보다. 하하!”
“마치 산타가 한꺼번에 안겨준 선물꾸러미에서 어떤 걸 먼저 꺼내써야 할지 모르는 것”과 같았던 신인시절, 정신없이 지내며 혼란스러움을 겪기도 했다.
김민희는 인터뷰 말미에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들은 모두 좋은 것들뿐이다. 희망적인 것들 말이다. 사람은 늘 그런 걸 상상하고 꿈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에 연연해서 좌절하고 실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는 에너지라고 말하는 김민희는 “이제 연애할 시간도 없다”면서 다음 작품을 위한 직진로에 들어섰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