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PD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년)과 ‘지붕 뚫고 하이킥’(2009∼2010년)에 나왔던 배우들이 현재 방영 중인 갖가지 드라마를 통해 일주일 내내 전파를 타고 있다.
KBS2 월화드라마 ‘동안미녀’엔 ‘지붕 뚫고…’에서 지적인 의사를 연기했던 최다니엘이 출연한다. 패션회사의 MD 최진욱 역을 맡아 장나라(이소영)와 좌충우돌하며 사랑을 키워 가는 그의 인기에 힘입어 ‘동안미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박민영은 SBS 수목드라마 ‘시티헌터’의 여주인공으로 출연 중이다. ‘거침없이…’에서 머리가 텅 빈 예쁜 여고생으로 나왔던 그는 ‘시티헌터’에선 이민호의 상대역인 청와대 경호원 김나나로 변신했다. ‘시티헌터’는 후발 주자임에도 동시간대 흥행작 MBC ‘최고의 사랑’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시청률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고의 사랑’에는 얄밉지만 귀여운 스타 강세리 역으로 유인나가 출연한다.
MBC 인기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는 ‘지붕 뚫고…’에서 지방대 출신 과외교사로 나왔던 황정음(봉우리)이 출연 중이다. ‘지붕 뚫고…’에서 식모로 나왔던 신세경은 9월 방송될 SBS 사극 ‘뿌리 깊은 나무’에 한석규, 장혁과 함께 출연한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푸른 소금’과 ‘비상: 태양 가까이’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49일’의 정일우, 지난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KBS2 ‘제빵왕 김탁구’의 윤시윤, KBS2 ‘꽃보다 남자’(2009년)를 통해 한류스타로 발돋움한 김범까지 더하면 하이킥이 배출한 스타들의 수는 더 늘어난다.
하이킥에 나오기 전까지 이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박민영과 유인나는 드라마나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고, 아역 배우 출신인 신세경은 성인 연기자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황정음은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고, 최다니엘은 ‘그들이 사는 세상’(2008년)의 골칫덩어리 연출 보조 ‘미친 양언니’ 역으로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하이킥이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신세경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만이 찍는다는 청바지 광고를 포함해 여러 편의 CF를 찍었다. 박민영은 하이킥 출연 직후 ‘아이 엠 샘’(2007년) ‘자명고’(2009년) ‘성균관스캔들’(2010년)에서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황정음은 정극 ‘자이언트’(2010년)에 조연으로 도전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후 ‘내 마음이…’에서는 주연급으로 상승했다.
최다니엘은 화제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주연으로 출연했고, ‘지붕 뚫고…’에서 단역에 가까웠던 유인나는 ‘시크릿가든’(2010년)의 조연에 이어 ‘최고의 사랑’에선 ‘여자 주인공2’로 계속 몸값을 높이고 있다.
김병욱 PD는 “하이킥(시리즈)은 배우부터 캐스팅한 뒤 대본을 썼다”고 설명했다. 김 PD가 대강 생각해둔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감’으로 캐스팅한 뒤 배우에 맞춰 구체적인 대본을 쓰기 때문에 배우의 인간적인 매력이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석민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평론가)는 “김병욱표 시트콤은 등장인물이 정형화돼 있지 않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다. 정극 못지않은 감정 연기가 필요하면서도 시트콤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이 덕분에 ‘하이킥’ 출신들이 반짝 스타가 아닌 인기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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