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엉성한 스토리라인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상반기 가장 과대평가된 한국 영화’로 선정됐다. 동아일보DB
전문가의 안목과 관객의 기호는 때론 큰 차이를 보인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혹평을 하기도 하고, 관객은 적지만 전문가들이 열광하는 작품도 있다. 배우 평가에서도 일반 관객과 전문가의 시선이 엇갈리기 일쑤다. 올 상반기 국내 개봉영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10인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독한’ 답들이 돌아왔다.
○ 흥행성공 조선명탐정 스토리 라인은 엉성
송새벽올 상반기 상영작 가운데 ‘가장 과대평가된 한국영화’의 불명예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돌아갔다. 관객 470여 만 명을 동원하며 설 연휴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 이 영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적 리듬이 딸리는데도 큰 성공을 거두다니, 알다가도 모를 관객의 성향” “덜거덕거리는 스토리는 눈뜨고 못 봐 주겠다”라고 혹평했다.
‘풍산개’(이 엉성한 영화를 호평한 평론가들의 뇌구조가 궁금) ‘달빛 길어올리기’(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라서 객관성이 결여된 찬사 일색) ‘황해’(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격자’에 비해 짜임새, 박진감이 떨어져) 등도 ‘디스카운트’가 필요한 영화로 꼽혔다.
‘가장 과대평가된 외화’는 ‘쿵푸 팬더 2’였다. “엉성한 스토리… 전편의 흥행 영향으로 날로 먹은 느낌” “팬더의 출생 비밀 외에 새로울 것 없다”는 혹평이 나왔다. 내털리 포트먼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블랙 스완’은 “평범한 연기에 진부한 연출”이라는 혹평과 함께 2위에 올랐다.
반면 ‘과소평가된 한국영화’ 부문에는 ‘만추’(분명한 스토리와 구체적 대사에 익숙한 한국관객에겐 다소 낯선 여백의 영화) ‘체포왕’(풍자 코미디와 버디무비의 재미를 모두 갖춘…) ‘적과의 동침’(‘웰컴 투 동막골’의 아류처럼 보이지만 문제의식은 훨씬 파격적) 등이 꼽혔다. 모두 흥행에 재미를 못 본 작품들이다.
○ “내털리 포트먼, 소름끼치는 연기력” 찬사
내털리 포트먼한때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꼽혔던 송새벽과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열풍을 몰고 왔던 현빈은 ‘최악의 연기를 한 한국 배우’로 꼽혔다. 송새벽은 “‘방자전’의 트레이드마크를 그대로 답습”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위험한 상견례’ 3편을 보고 나니 벌써 질린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현빈도 “영화 연기가 광고 속 연기와는 달랐으면…” “탕웨이의 연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던 발연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라스트 갓 파더’의 심형래, ‘적과의 동침’의 정려원도 연기 못한 배우로 꼽혔다.
반면 영화를 위해 10kg 이상 감량하고 투혼을 발휘한 ‘블랙 스완’의 내털리 포트먼은 ‘최고의 배우’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소름 끼치는 완벽 연기로 ‘레옹’ 이후 17년 만에 대표작을 바꾸다” “의심할 여지 없이 현재 가장 스마트한 여배우” 등의 찬사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블랙 스완’은 같은 전문가단이 뽑은 ‘과대평가된 외화’ 명단에도 올랐다. ‘킹스 스피치’의 조지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 ‘만추’의 탕웨이, ‘풍산개’의 윤계상도 연기파 배우로 선정됐다.
○ 한국배우 중 최고 신인은 ‘써니’의 심은경
심은경‘써니’의 헤로인 심은경은 한국 배우 중 ‘최고의 신인’ 1위에 올랐다. “생각만 해도 웃음을 부르는 코믹 폭탄” “‘써니’에서 나미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배우였다” 등의 칭찬이 뒤따랐다. ‘써니’에 함께 출연한 유호정, 민효린도 ‘재발견한 배우’에 꼽혀 이 영화는 캐릭터를 잘 살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수꾼’의 이제훈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마스크와 섬세하고 절제된 심리연기로 올해 최고의 발견”이란 찬사를 들었다.
외국 배우로는 ‘파이터’에서 동생을 복싱 챔피언으로 키우는 약물중독자 형 역의 크리스천 베일과 ‘악인’에서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는 소심남 쓰마부키 사토시가 ‘재발견한 배우’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DVD로 소장하고 하고 싶은 영화로 ‘써니’(몇 년 동안은 이따금 혼자 거실에서 꺼내 볼 것) ‘일루셔니스트’(살면서 마법의 힘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전편들을 능가하는 힘을 가진 매우 드문 속편) 등을 꼽았다.
‘써니’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이끈 중장년층 관객 몰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제자 장훈 감독 등을 실명 비판하며 파문을 일으킨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 그리고 ‘파수꾼’ ‘무산일기’ ‘혜화,동’ 등 독립영화 열풍이 상반기 국내 영화계 최고의 뉴스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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