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노래서 익숙한 멜로디가…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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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7시 00분


신곡 ‘원더보이’를 발표하면서 선배가수 핑클의 ‘영원’을 오마주했다고 밝혀 관심과 함께 논란의 당사자가 된 애프터스쿨 블루. 사진제공|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신곡 ‘원더보이’를 발표하면서 선배가수 핑클의 ‘영원’을 오마주했다고 밝혀 관심과 함께 논란의 당사자가 된 애프터스쿨 블루. 사진제공|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 가요계 오마주, 창작과 표절 사이

애프터스쿨, 핑클의 영원 도입부·춤 비슷
브레이브걸스도 김건모의 핑계 템포 사용

적절한 참고는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 가능
대놓고 따라하고 ‘표절의 변명’ 돼선 안돼


그동안 영화나 문학, 미술 등에서 사용되던 ‘오마주’가 요즘 대중음악계에서 새로운 작곡법의 하나로 시도되고 있다.

‘오마주’(hommage)는 프랑스어로 사전적인 뜻은 ‘감사 존경 경의’다. 예술장르에서는 주로 영화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감독이 연출하거나 배우가 출연한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요즘 대중음악에서 ‘오마주’는 ‘선배가수 노래의 콘셉트를 차용해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애프터스쿨의 유닛 ‘애프터스쿨 블루’와 여성 5인조 브레이브걸스는 신곡을 발표하면서 각각 핑클의 ‘영원’, 김건모의 ‘핑계’를 오마주했다고 밝혔다.

7월 20일 발표한 애프터스쿨 블루 ‘원더보이’는 ‘영원’의 도입부 사운드가 비슷하다. 마지막 가사 ‘약속해줘’를 부르면서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춤 동작도 똑같다. 7월 29일 나온 브레이브걸스의 ‘툭하면’도 ‘핑계’와 같은 템포의 레게리듬을 사용했다.

그동안 대중음악에는 ‘레퍼런스’(reference)라는 것이 있었다. 발표된 노래의 분위기나 느낌을 ‘참조’ 혹은 ‘참고’(reference)해 신곡을 만든다는 것으로 논문의 ‘참고문헌’ ‘인용서적’ 쯤 되는 것이다.

● 오마주, ‘대놓고 따라하기’의 핑계가 되어선 안돼

그동안 레퍼런스를 하면서 ‘참고’나 ‘참조’의 수준이 지나칠 때(?) 종종 표절논란에 휘말렸다. 이효리의 ‘겟 챠’, 이민우의 ‘엠 스타일’,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가 각각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섹시 백’, 플로라이다의 ‘라이트 라운드’를 ‘레퍼런스’했다가 구설에 휘말렸다.

물론 적절한 레퍼런스는 새로운 느낌의 노래로 재탄생해 사랑을 받기도 한다. 박진영은 히트곡 ‘허니’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을 모티브로 만든 노래다.

오마주도 레퍼런스와 마찬가지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 쉽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관건은 ‘대놓고 따라하기’의 핑계를 대는 것으로 악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새로운 사운드로 재창조하려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은 자기 노래가 유재하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해왔지만, 유재하 노래와 관련해 표절논란이 생긴 적은 없다. 신승훈 스스로 조금이라도 기존 곡들과 느낌이 비슷하면 발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핑계’를 오마주했다고 밝힌 작곡가 용감한 형제는 “레게는 90년대 대중이 열광한 그 시대를 풍미했던 한 장르였다. ‘툭하면’은 결국 레게에 대한 오마주다”면서 “주기적으로 복고가 유행하듯, 오마주를 단순히 곡의 일부를 차용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을 통해 가요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시도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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