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중국 전역의 300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로보트 태권브이’ 디지털 복원판의 흥행 기록(72만 명·2007년)을 넘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중국 대륙으로 비상한다.
‘…암탉’은 9월 말 중국 8500여 개 스크린 중 3000여 곳에서 개봉한다. ‘괴물’(2007년) ‘디워’(2008년) ‘해운대’(2009년) 등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최대 규모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개봉이다. 지난해 유일하게 대륙에 진출한 ‘7급 공무원’의 스크린 수는 1000개에도 못 미쳤다.
‘토이 스토리’를 만든 미국의 픽사나 ‘원령공주’ ‘이웃의 토토로’ 등을 제작한 일본의 지부리 스튜디오처럼 유명 브랜드가 없는, 애니메이션의 변방이었던 한국 작품이 이처럼 대규모로 개봉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중국 시장은 수입 편수 제한(스크린쿼터) 때문에 한 해 상영되는 외화가 50여 편에 불과하며, 이마저 할리우드 영화가 80∼90%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영화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암탉’의 중국 진출에는 제작사인 명필름의 지명도가 큰 힘이 됐다. 중국 측 배급사는 2009년 명필름의 제작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공동제작을 모색하던 중 ‘…암탉’을 발견하고 시나리오 단계에서 수입 계약을 했다. 명필름 최우현 기획실장은 “중국 측이 자기희생을 담은 감동적인 스토리에 매료됐다며 수입을 결정했다. 예고편도 보지 않고 수입 계약을 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가족 영화를 표방한 ‘…암탉’의 수출은 한국 영화 중흥의 관건인 중국 진출의 본보기라 할 만하다. 등급제가 없는 중국에서는 ‘전체관람가’ 영화만 상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족영화로 중국 시장을 뚫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인지도가 높지만 이들의 영화는 폭력성이 높아 수입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심의 과정에서 소수민족 문제나 미신을 다루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는 작품은 걸러낸다.
한국 영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시장의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의석 영진위 위원장도 3월 취임 일성에서 “한국 영화의 해법은 해외 시장에 있으며 특히 중국 시장 개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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