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이른바 순수예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중문화는 품격 없는 ‘딴따라의 것’, 순수예술은 대단히 고상하고 품위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선입견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이런 선입견과 편견에 많은 연예인들이 억울한 시선에 시달렸다.
1989년 오늘, 패티김(사진)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서기까지도 역시 그랬다. 패티김은 이날과 그 다음날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앞서 서울시는 패티김과 이미지가 신청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공연을 허가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운영자문위원을 맡고 있던 순수예술가들이 이에 크게 반발했다. ‘공연장의 품위’와 ‘관객의 질적 수준’ 등이 그 명분이었다. 1978년 세워진 세종문화회관이 ‘순수예술의 발전 육성을 위해 사용한다’는 목적으로 대중연예 관련 공연을 허락하지 않은 원칙도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패티김은 논란 끝에 무대에 섰다. 그리고 이틀 동안 팬들의 성원 속에 콘서트를 무사히 마쳤다. 그래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고 세종문화회관 운영자문위원 가운데 두 사람이 사퇴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편견의 반발은 오래가지 못했고 문화의 자연스런 흐름 또한 막을 수 없었다. 그 해 10월16일 이미자가 세종문화회관 최초로 트로트 공연을 펼쳤고 이후 많은 대중가수가 무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