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도가니(사진)’의 제작진이 3일 밝힌 공식입장이다. 개봉 11일 만인 이날 오후까지 관객 255만여명이 찾은 이 영화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 공개 후 스크린 속의 ‘현실’은 실제 사건에 그대로 대입되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그 결과 사건의 피해자인 청각장애 학생들이 또 다른 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제기됐다. 제작진이 “영화적 구성에 사용된 명칭이나 설정으로 인해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거나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이야기와 현실 속 사건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영화 속 사건과 2005년 사건이 벌어진 과정은 비슷하다. 2005년 광주의 인화학교에서 교장 김 모 씨 등 4명의 교직원이 청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성폭행을 자행했다. 이에 비해 영화에는 김승옥의 소설에 등장하는 동명의 미지의 공간 ‘무진’이다. 물론 공지영 원작 속 공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교장, 행정실장, 성폭행 가담 교직원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련 부분도 실제 사건과 많이 다르다. 현실에서는 교장 등 2명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행정실장 등 2명이다. 또 다른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받지 않았고 그 중 한 사람은 복직했다.
이에 비해 영화의 법정 장면은 극적 클라이맥스를 위한 영화적 구성으로 꾸며졌다. 영화 속 가해자들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는다. 실제 재판 결과와 과정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현실은 영화보다 더욱 잔인한지 모른다. 실제 재판에 참여한 임은정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가해자에 대한 판결을 두고 검·경과 법원 등의 유착에 대한 오해를 낳더라도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폭제가 된다면, 또 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