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강한 역할을 내려놓고 친근하고 따뜻한 선생님으로 돌아온 배우 김윤석. 영화 ‘완득이’는 김윤석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k1isonecut
■ 영화 ‘완득이’ 속 얄밉지 않은 ‘꼰대’ 김윤석
나이 들수록 욕이 올라오면 술 마셔 그렇다고 술로 자기학대는 안 하죠, 하하… 불규칙한 일상, 최고의 술친구는 아내 늦은 귀가로 피곤해도 아이에겐 침대 양보 흥행에 대한 책임? 선배로서 당연한 의무
아이들은 뒷골목에서 수군댔다. 나이든 남자들의 권위는 ‘꼰대’라는 단어 앞에서 무기력하게 추락했다. 아이들은 ‘꼰대’라는 한 마디 말로서 권위주의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만끽했다.
“꼰대는 되지 말자.”
후배들과 함께 했던 전날의 술자리를 떠올리며 김윤석은 말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는 동안 많은 것을 겪다보니 가르치려는 습성을 갖게 되는데, 이는 조심해야 할 일이다.”
경험이 많은 선배라고 해서, 후배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얘기를 굳이 “들어야 한다”며 가르치려 드는 건 딱 질색이란다. 그 자신 역시 그런 ‘꼰대’들을 봐왔던 터, 이제 선배의 길에 들어선 지금 그는 “대화의 방식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야 한다”면서 웃었다. 이런 김윤석이 스크린 속에서 ‘꼰대’가 됐다.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세상과 아이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버리지 않는 ‘꼰대’다. 겉으로는 거친 듯,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스크린 속 그 만한 교사도 없을 성싶다.
○거친 욕설 속 따스한 관심…김윤석이 그린 ‘선생님’
20일 개봉하는 영화 ‘완득이’(감독 이한·제작 유비유필름, 어나더무비스) 속에서 김윤석은 바로 그런 ‘꼰대’다. 곱추등을 지닌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문제아’ 완득이를 가르치는 담임교사인 ‘똥주’(이름이 동주다)가 바로 그다.
연극 무대에 설 당시 교사들을 위한 연극 교실을 열어 많은 교사를 만났던 그에게 교사 역할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번 영화를 위해 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 자신 후배들과 어우러져 연극을 해가며 숱하게 욕도 해봤다.
“욕을 해야 열리는 거다. 똥주의 욕은 충분한 애정과 관계를 열려는 것이다”고 말하는 그는 “하지만 현실의 나는 나이를 먹어가며 욕이 올라오는 순간 후회를 하게 된다”며 대신 술을 마신다고 했다.
“술로 자기학대를 하지는 않는다. 하하!”
그렇게 걸진 술자리를 만들어 즐거움을 얻으려 하는데, 거기서 ‘꼰대의식’이 발동해서는 안된다고 김윤석은 강조했다.
아마도 김윤석은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애정어린 욕과 ‘꼰대의식’의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모양이다.
그럼 집에서는 어떤가.
“난 절대 꼰대가 아니다!”
“그건 당신만의 생각일 수 있지 않느냐”고 하자, “아이들이 내게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그렇게 말 못할 거다”며 항변한다. 새벽까지 촬영하고 돌아와 늦은 잠을 자려면 침대는 이미 아이들이 점령한 상황. 거기서 화를 낼 수도 없고 화를 내지도 않으니 그만한 아빠가 어디 있냐는 투다.
“워낙 불규칙한 일상이다보니 집에서 아내와 술을 자주 마신다”는 그는 “한 번 버릇을 들여보라. 집만큼 편한 공간이 없다”며 자랑이다.
연기에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김윤석이지만 아빠와 남편으로서 정말 ‘꼰대’는 아닌 듯했다. 영화에 대한 책임감과 흥행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다는 그는 “그래야 영화 투자 환경도 나아질 것 아니냐”면서 “그런 긴장은 계속 갖고가야 한다. 그것이 선배로서 보일 모습이다”고 말했다. ‘꼰대’가 아닌 ‘선배’로서 책임감과도 같아 보였다.
영화 ‘완득이’ 속 똥주는 바로 그런 모습 그대로 김윤석에게 딱 들어맞는 옷이기도 하다. 올해 가을 자신의 영화로 훈훈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는 김윤석에게서 ‘얀마! 도완득!’이라며 ‘얀마’라는 호 아닌 호를 붙여준 똥주 선생의 따스한 시선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