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20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었다.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우승한 손덕기(27).
그가 이제 아마추어의 꼬리표를 떼고 프로의 길에 정식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운명을 갈랐던 14일 결승전을 끝내고 어느새 열흘 정도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직접 마주하니까 무대에만 오르면 무섭게 변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천진난만한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다.
“연기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숙제로 안고 우승이라는 보상을 받은 것 같아요. 태어나서 가장 많은 전화를 받았어요. 길을 지나가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듣거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저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만 해요. 만약 1등을 못했다면 마음이 많이 아프긴 했을 것 같아요.”
그는 솔직했다. 자신이 1등을 할 것 같다는 욕심도, 드림마스터인 이범수를 본인이 선택했다는 것도 꾸밈없이 말했다.
“주희중, 이경규, 최유라와 톱4에 올랐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겉으로는 ‘네가 더 잘한다’고 말하면서 친절하고 좋은 척 해도 속으로 항상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희중이 형이 먼저 ‘덕기야, 네가 우승한다면 내가 진짜 웃을 수 있을까’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죠. 제 마음도 그랬거든요. 그 후 진짜 속마음을 터놓으니까 마음도 편해졌죠.”
손덕기는 방송 내내 이범수에게 “순발력 좋다”라는 칭찬을 들어 이범수의 눈에 들었다.
“곽경택 이미숙 김정은 김갑수 등 5명의 드림마스터들의 인터뷰 기사를 모두 찾아 읽었어요. 그런데 이범수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가 제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연습하고 훈련하는 게 배우의 기본이라고 했어요. 뭔가 제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그는 다른 도전자에 비해 시선장애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 뇌종양 제거 수술로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할 수 없다. 그래서 이미숙은 “눈을 못 마주친다는 것은 상대 배우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처음 그 사실을 숨기고 오디션에 나섰는데, 카메라 감독님이 ‘야 너 시선이 이상해’라는 말을 듣고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그 말에 신경이 쓰여 집중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범수 선생님은 저를 만나 사적인 장소에서도 한번도 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대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해요.”
손덕기는 ‘기적의 오디션’의 우승 상금 2억 원과 중형차를 부상으로 받는다. 그는 상금 수여식이 있는 28일만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부상인 SBS 드라마의 주연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요. 자동차를 타면 그제야 우승했다는 실감을 할 것 같아요. 하하하. 그리고 상금은 ‘톱30’에 함께 오른 친구들에게 한턱 쓰고, 나머지는 집에다 갖다 드릴 거예요. 아버지의 빚을 갚는데 모두 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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