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돈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인 타임’은 동서고금에 공통된 이 격언에서 출발한다. 미래의 어느 시점, 사람들은 시간으로 물건을 산다. 점심은 30분, 커피는 4분, 스포츠카는 59년이다. ‘무조건 99초’라는 폭탄세일 광고판이 거리에 내걸린다. 25세 이후 노화가 멈춰버린 사람들은 팔뚝에 표시된 시간만큼만 생을 유지할 수 있다. 생명 연장과 생계를 위해 사람들은 시간 벌이에 나선다.
빈민가의 윌(저스틴 팀벌레이크)은 하루벌이로 생명을 유지한다. 반면에 부촌에서 공주님처럼 자란 실비아(어맨다 사이프리드)는 무의미하게 오래 사는 삶이 지겹기만 하다. 100년의 시간을 기부 받아 빈민가를 탈출한 윌은 범죄자로 몰려 실비아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인다.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범인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는 것)일까, 실비아는 빈민가 사람들이 생명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설정임에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이 영화는 미숙하다. 윌과 실비아가 시간을 조정하는 거대한 실체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관객의 기대도 저버린다. 화려한 액션 장면이나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주는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대신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에 시선이 간다. 할리우드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20대 여배우인 사이프리드는 내내 하이힐을 신고 거리를 달린다. 머리를 박박 민 팀벌레이크의 야성미도 여성 관객의 기호를 만족시킬 만하다. 팀벌레이크는 같은 날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도 출연해 한국 관객 쌍끌이에 나선다.
유전자 조작이 불러온 사회를 담은 ‘가타카’(1997년)를 연출하고, 일상이 리얼리티 쇼라는 ‘트루먼쇼’(1998년)의 각본을 쓴 앤드루 니콜 감독이 또 다른 디스토피아를 그려냈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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