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앞머리에 동글동글한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인 작곡가 겸 가수 김광진(47). 20년 동안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가수 활동을 병행해온 그가 최근 9년간 다닌 동부자산운용을 그만두고 개인 작업실을 차렸다. 9월부터는 KBS 해피FM ‘김광진의 경제포커스’를 진행하고 있고 27일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도 가질 계획이다.
“그동안 (팬들에게) 서운했던 게 다 풀렸어요. 그리고 더 좋은 곡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전엔 그런 마음 없었는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광진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며 편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 다닐 때도 주말에 작곡하는 식으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긴 했어요.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이 시간이 여유로워요. 최근 음악적으로도 고무됐고요.”
그가 ‘서운함을 풀고’ ‘음악적으로 고무’된 까닭은 ‘진심’ ‘편지’ ‘동경소녀’ ‘여우야’ 등 그의 예전 노래들이 최근 한꺼번에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 계기는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스타K3’였다. 생방송 첫 과제가 작곡가 6명의 노래 중 한 곡을 선택해 부르는 것이었는데, 11개 팀 가운데 크리스, 이정아, 버스커버스커, 투개월 등 네 팀이 김광진의 노래를 선택해 부른 것.
“이 네 곡은 모두 서로 다른 앨범의 타이틀곡이에요.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동경소녀’는 앨범을 냈을 때 공을 들인 만큼 관심을 많이 못 받아 속상했던 노래죠. 다들 잘 불러줘서 고마웠어요.”
“음악은 어릴 적부터 내 꿈”이었다는 그는 1991년 1집을 내며 데뷔한 후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금융인이란 직업을 가진 지도 꼭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음악에만 전념하지 않았던 이유를 물었더니 “가수 활동만으로 바쁘게 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편지’처럼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노래도 있지만 인기가 떨어지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되죠.”
공연 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김광진은 가창력보다는 작곡 능력으로 인정받는 게 사실이다. “가수로서도 인정받고 싶어요. 노래도 제 스스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보컬 실력이 늘었거든요.” 겸연쩍게 웃던 그는 “원래 음악 하는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는 “공연장을 찾는 관객을 감동시킬 준비가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트위터에 글을 올린 뒤 사람들의 반응이 없으면 부끄러워서 지우기도 한다며 소심함을 보였다.
“20주년 기념 공연요? 그런 건 안 해요. 나이 든 사람 티 내는 것 같아서. 그 대신 음악인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어요. ‘원스’ 같은 음악 영화도 만들고 싶고, 뮤지컬도 기획해 보고 싶고, 개인 사업도 해 보고 싶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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