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된 ‘무신’의 첫 대본 리딩은 그 어느 자리보다 치열한 고민이 묻어나는 자리였다.
엄중한 시대상을 담은 정통 사극의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밤잠을 설쳤다며 인사를 건네는 출연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각오가 역력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신돈’, ‘로드 넘버원’ 등을 연출해 온 김진민 PD는 “재미와 격 사이의 균형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배우들에게 서슬 퍼런 무신집권기의 사회 분위기와 그 가운데 있었던 서민들의 생활상을 설명하며 연기를 이끌어냈다.
극본은 ‘용의눈물’, ‘연개소문’, ‘태조왕건’, ‘야인시대’, ‘영웅시대’ 등 선 굵은 시대극으로 유명한 이환경 작가로, 그는 이번 드라마는 “야망과 권력과 사랑을 욕망하는 사나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했다.
사나이들의 이야기답게 대본 리딩 현장 역시 연기 대선배들을 모시고 후배들을 챙기는 등 의리와 절도가 넘쳤다. 최충헌 역을 맡은 주현이 등장하자 모두가 기립해 맞을 정도.
주현은 연습 도중 “10년 이상 사극에서 떠나 있었는데 ‘무신’의 최충헌 역으로 돌아왔다. 긴장도 되고, 그만큼 잘해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다”면서 같이 하는 선후배들에게 “정통 사극으로서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마음으로 한마디 한마디 시대상을 담아 연기해달라”고 조심스럽지만 강단 있게 주문하기도 했다.
‘신돈’, ‘달콤한 인생’ 이후 연출자와 작품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정보석은 대몽항쟁사의 주역이자 팔만대장경 재조의 실질적 주역인 최우를 맡기 위해 백발이 성성한 콧수염을 기르며 나타났고 딸 송이역을 맡은 김규리와 부녀간의 첫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한편 ‘무신’은 연기자 2세들의 대거 출연으로 리딩 현장에서도 관심을 끌었는데, 안정적 연기를 펼쳐온 주인공 김준 역의 김주혁(김무생)과 백도빈(백윤식), 김혁(장항선) 등이 아버지 후광을 벗어나 당당히 자기 이름으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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