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라스트 판타지’ 내놔… 6곡은 직접 노랫말 써“대학은 안 가기로 결정, 수능보는 날 재킷 촬영”
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민수 김이나 콤비’ ‘리얼 사운드 강조’ ‘잔소리-좋은 날-너랑 나 시리즈의 완결판’ ‘무대 위에서 뮤지컬적인 사운드는 그대로 옮겨감’.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아이유(사진)는 기자의 컴퓨터 자판을 건네받고는 주저 없이 위와 같은 글을 쳐 넣었다. 기자가 잠시 새 앨범 타이틀곡 ‘너랑 나’를 감상하는 사이였다. 당초 ‘만나서 반가워요. 2집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같은 발랄한 코멘트를 기대했었다.
뒤집어쓴 검은 후드 아래로 늘어뜨린 검고 긴 머리칼. “잠을 못 자 그렇다”는 허스키한 목소리. 함축적인 질문을 던져도 2초 이상 고민하는 법이 없는 그녀의 말은 지금껏 만나본 어떤 성인 가수보다 명쾌하고 논리 정연했다. 1993년생. 내년 1월이면 우리 나이로 스물.
“‘죽을 것 같다’ ‘미치겠다’는 노래보다 이별 뒤 일상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잔잔한 노래에 더 (마음이) 움직여요. 우리 나이에 불지옥 같은 이별을 해본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돌아온 아이유는 ‘삼촌 팬들의 깜찍 소녀’ 그 이상이 되기 위해 ‘삼촌 뮤지션’들을 불러들여 10대에 이별을 고했다. 29일 아이유가 내놓은 2집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의 크레디트에 김광진, 윤상, 정재형, 이적, 김형석, 정석원, 김현철, 윤종신, 이민수 등 정상급 뮤지션·작곡가들 이름이 빼곡하다. 아이유 자신도 한 곡(‘길 잃은 강아지’)을 작곡하고 6곡의 노랫말을 지었다.
자작곡 ‘길 잃은 강아지’는 9월에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영감을 받아 쓴 곡이라고. “사랑하다 버려진 것들로 포괄적으로 주제를 넓혔어요. 연인이나 고아, 아니면 대중의 사랑이 멀어질까 두려워하는 연예인의 얘기일 수도 있도록….”
‘삼촌’(6번곡)은 삼촌 팬들에 대한 헌정곡이다. 이적이 작곡하고 아이유가 가사를 함께 썼다. 작업실에서 만난 이적은 ‘삼촌이라고 할까요?’라는 아이유의 질문에 “아니, 절대로, 죽어도. 오빠라고 해 달라”고 했단다. 아이유는 “30대 삼촌 팬이 많지만 57세 된 삼촌 팬의 편지도 받은 적이 있다”며 “삼촌 팬들은 손글씨도 궁서체 비슷해서 기품이 있다”며 웃었다.
타이틀곡 ‘너랑 나’는 그가 기자의 컴퓨터에 썼듯 ‘좋은 날’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더 복잡한 전개와 편곡으로 수준을 끌어올렸다. 아이유는 “넓어진 사운드 폭, 마이너와 메이저를 넘나드는 코드 진행 때문에 듣고 나면 밝은 노래였나 슬픈 노래였나 모를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다”며 “무대 위 표정 연기도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2일 KBS TV ‘뮤직뱅크’에서 공개될 첫 무대에서 재킷 사진에 사용한 양갈래 머리와 목선을 강조한 ‘턱받이 원피스’를 입을 예정이다.
아이유의 우상이자 영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코린 베일리 래는 발표하지 않은 온전한 신곡을 하나 줬다. 래가 직접 부른 가이드 멜로디가 담긴 데모 음원을 8월 넘겨받은 아이유는 ‘4AM’이라는 구절에 꽂혀 그걸 제목으로 잡고 일주일간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그 느낌을 한국어 가사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잘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잘됐다”고 답했다. “음악적 욕심은 작업할 때 다 채워졌죠. 10대가 가기 전에 2집을 내놨고 드림팀과 함께했고. 인기보다 두려운 건 음악적 평가예요.”
그는 또래 친구들이 가는 대학을 포기했다. “10대를 꿈, 20대를 현실로 표현하는데 저는 너무 좋은 ‘꿈’을 꿨어요. 데뷔하던 중3 때 이미 대학은 안 가는 걸로 결정했어요. 대학생활에 대한 동경은 없어요. 수능 보는 날 재킷 촬영을 했어요. 저도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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