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량강도 아이들’(17일 개봉)을 관객에게 선보인 영화사 샘 김동현 대표(41·사진). 그가 이 영화를 제작한 과정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량강도…’는 우연히 남쪽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북녘의 아이들이 겪는 해프닝을 담았다. 북한의 척박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량강도…’의 촬영을 시작한 것은 2004년 4월. 말단 영화 스태프에서 출발해 영화사 대표까지 오른 그는 사재 수억 원을 투자하며 영화에 공을 들였다. 영화 제작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내 인생을 건 영화가 빛을 보지 못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스타급 배우들이 없어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스로 투자를 유치해 촬영을 이어갔지만 촬영 막바지 정 감독이 저와 갈등을 빚고 떠났을 때는 앞이 막막했죠.” 정 감독은 이후 북한의 현실을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연출했다.
김 대표는 김성훈 감독에게 막바지 촬영을 맡겨 2006년 중반 촬영을 마쳤다. 편집, 녹음 등 후반작업을 시작할 무렵 문제가 터졌다. 누군가 영화의 핵심적인 5분 분량의 필름을 훔쳐간 것이다. “앞이 막막했어요. 이 부분이 빠지면 영화의 전후 맥락이 이어지지 않아 개봉을 할 수 없었어요.”
백방으로 필름을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의심이 가는 영화 관계자들을 모두 만나며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추궁했다. 그는 한 영화 관계자가 편의점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필름을 4년 만인 지난해 찾아냈다. 필름을 숨긴 이는 영화가 개봉하면 자신이 피해를 볼 것 같아 숨겼다고 말했다. “필름을 처음 찾은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다행히 냉장고에 보관해 이상은 없었어요.”
후반작업을 거쳐 올해 2월 개봉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극장이 문제였다. 스타도 없는 이 영화를 극장이 외면해 간신히 7개관을 확보했다. 그는 개봉을 미루고 부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등에 출품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뒤 70개를 확보해 개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 영화를 개봉하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들은 처음에는 70개 스크린을 약속하고도 예매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30여 개 스크린에서만 영화를 틀었다. 그나마 다른 영화들과 섞어서 상영하는 ‘교차 상영’이 10여 개 관이었다. 김 대표는 “극장들이 작은 영화를 홀대하는 것도 모자라 약속을 어기는 관행은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25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저예산 독립영화 ‘사물의 비밀’을 연출한 이영미 감독도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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