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영욱 “강아지 8마리 키우니 절로 몰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반려동물과의 교감스토리 ‘너는 내 운명’내레이션 목소리 기부한 가수 고영욱 씨

채널A 제공
채널A 제공
“귀엽고 야무진 막내 넬, 서열 1위인 대장 게리, 질투쟁이 엠버, 원반의 1인자 조커, 그리고 운명처럼 만난 베키까지….” 화면에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개들이 잡힐 때마다 각자의 성격을 조합해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반려동물과 사람들의 교감을 다룬 종합편성TV 채널A ‘너는 내 운명’(월∼목 오후 11시 40분). 꾸밈없는 동물들의 모습과 사람들의 이야기에 스타들의 목소리를 입혀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지금까지 배우 김현주와 유다인, 윤진서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들의 출연료는 모두 동물보호 관련 단체에 기부된다. 한 회에 30만 원, 일주일에 120만 원씩 기부금으로 쌓이는 셈이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고 있는 고영욱(사진)이 이번 주 내레이터로 나섰다. 제주도에서 양떼 목장을 운영하는 김성민 씨와 다섯 마리 양몰이견의 교감을 다룬 4부작 ‘파트너’(19∼22일)의 내레이션을 진행한 그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동물을 워낙 좋아해요. 지금 기르는 강아지들만 여덟 마리고요. 그래서 성우 제의가 들어왔을 때 망설임 없이 승낙했어요.”

동물을 좋아하니 내레이션도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평소 TV를 볼 땐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는데 내레이션을 처음 해보니 어려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 화면 속에 비친 주인공과 양몰이견들, 함께 사는 양들과 당나귀의 끈끈한 교감 등을 만나게 되자 어색함이 사라졌다.

“화면을 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몰입이 되더라고요. 저도 집에 있는 강아지가 가만히 앉아있으면 ‘어디 아픈가’ 싶어 신경 쓰이는데….”

고영욱은 양몰이견 베티가 새끼를 낳은 직후 몸을 부들부들 떨 때, 새끼 강아지들을 챙기느라 계속 묶어둔 당나귀를 결국 다른 집에 보낼 때 주인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며 가슴이 짠해졌다고 했다.

고영욱은 내레이션을 위해 시트콤 촬영 도중 짬을 내 여의도 녹음실에 왔다 다시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트콤에서 그는 몇 년째 고시원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 ‘고영욱’으로 나온다. 돈이 아쉽다 보니 쇠고기 장조림 하나에도 다른 고시생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캐릭터다.

“실제 고시생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가끔 봐요. ‘고영욱을 보니 나를 보는 것 같다’는 한숨 섞인 글을 보면 시트콤 속 고영욱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죠.”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촬영 현장으로 가는 길에 그가 말했다. “개나 고양이를 어릴 때 예쁘다고 데려다 키우다가 조금 크면 길에 버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이나 다름없이 감정을 느끼고 생명이 있는 아이들인데….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다음 주 내레이션은 배우 구혜선이 맡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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