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스포츠 영웅 손기정이 부활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3일 18시 03분


"감격 또 감격! 흥분의 바다에 젊은 조선의 영예를 위해 생명을 바칠세라, 고군분투. 손기정과 남승룡 우리의 젊은 두 마라토너는 천하의 개가를 가져왔다. (중략) 손 군은 32km 언덕 지점부터 스피드를 내기 시작해 앞선 네 명을 단숨에 제쳤다. 손 군 앞에는 오직 희망의 결승선 테이프밖에는 걸릴 것이 없었다."

동아일보 1936년 8월 11자는 1면 톱기사로 고 손기정 선생(1912~2002)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29분19초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음을 이렇게 전했다. 같은 날 칼럼 '횡설수설'은 "거리의 수천 군중은 '마라톤 조선 만세!'를 외쳤다. 말라붙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해주니 그 은혜가 더욱 감사하다"고 적었다.

고단했던 일제강점기에 희망을 향해 뛰었던 손 선생이 부활한다. 24일 낮 12시 20분 채널A에서 방영되는 특집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손 선생과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92)은 올해 대한체육회가 처음으로 선정한 스포츠 영웅이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손 선생과 김 고문은 선수로 올림픽을 빛냈고 후학 양성에 헌신한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손 선생의 아들 정의 씨는 "아버지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슬펐다'고 했다. 나라 잃은 아픔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손 선생은 그 당시 경기 당일 외에는 일장기가 붙은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인'임을 거듭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8월 25일자에 손 선생 가슴의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게재한 뒤 무기 정간을 당했고 관련 기자들이 옥고를 치렀다. 손 선생 역시 이 사건으로 일제의 감시를 받아야만 했다. 김 고문은 '미스터 올림픽'으로 불렸다. 1948년 런던,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역도에서 연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선수와 지도자로 총 11번이나 올림픽 무대에 나선 주인공이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손 선생과 김 고문의 자료 화면과 인터뷰 등을 담아 역사를 빛낸 스포츠 영웅을 조명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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