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면 코미디 영화가 강세다. 가족끼리 부담 없이 웃고 즐기는 맛에 관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흥행 1위도 최종 스코어 479만 명을 모은 코미디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었다.
올해 설 연휴에 맞춘 한국영화는 ‘페이스메이커’ ‘네버엔딩 스토리’ ‘부러진 화살’ ‘댄싱 퀸’ 등 4편. 이 중 황정민 엄정화 주연의 ‘댄싱 퀸’은 대중성이 뛰어난 코미디물로 주목된다.
영화는 변호사에서 어쩌다 서울시장에 도전하게 된 황정민과 댄스 가수가 꿈인 아내 엄정화의 꿈을 향한 질주를 그렸다. 데뷔작 ‘방과 후 옥상’(2006년)으로 주목받았던 이석훈 감독이 연출하고 ‘해운대’ ‘색즉시공’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대표인 JK필름이 제작했다.
영화 곳곳에는 윤 감독의 장기인 코믹 요소들이 담겨 있는 데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영리한 전개도 관객을 사로잡을 태세다. 황정민과 엄정화의 이름을 극중 그대로 사용하며 대놓고 웃기기로 작정한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정리했다.
○ 정치인들을 모아 놓은 캐릭터
황정민은 극중 고려대 법대 출신의 변호사로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2006년 시장 출마 당시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극중 황정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닮았다. 걸쭉한 부산 사투리와 앞뒤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면이 유사하다. 아내 엄정화가 댄스 가수라는 사실이 밝혀져 곤란을 겪게 되자 그는 “서울시장의 꿈만을 좇아 온 자신이 비겁하다”며 후보 사퇴의 뜻을 내비친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란 상대방의 공격에 “그럼 아내를 버려야 하냐”며 부인을 감쌌던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등 소탈한 매력은 박원순 시장을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히트 영화의 밉지 않은 패러디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영화 ‘써니’에서도 관객들이 가장 배꼽을 잡은 장면은 주인공 나미(심은경)의 서클 ‘써니’와 불량서클 ‘소녀시대’가 전투경찰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장면이다. 1980년대 조이의 노래 ‘터치 바이 터치’가 나오면서 써니와 소녀시대가 뒤엉키는 이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혔다. ‘댄싱 퀸’에서도 황정민과 엄정화가 데이트 장면에서 전투경찰과 싸움에 휘말리는 장면이 ‘써니’를 연상시키며 웃음을 유발한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 주연의 ‘노팅힐’의 한 장면을 차용했음도 알 수 있다. 지하철에서 얼떨결에 시민을 구한 황정민의 집에 기자들이 들이닥쳐 황급히 문을 닫는 장면은 ‘노팅힐’에서 톱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서점 직원 휴 그랜트의 집에 있는 것을 알고 기자들이 들이닥치는 장면과 같다. 엄정화가 몸에 붙는 운동복을 입고 밤늦도록 연습실에서 춤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는 ‘더티 댄싱’이 떠오른다.
○ 복고와 엑스(X)세대
이 영화는 ‘써니’처럼 1980, 90년대 대중문화를 등장시켜 향수를 자극한다. 극중 신촌 마돈나로 불렸던 91학번 엄정화는 나이트클럽에서 런던보이스의 노래 ‘할렘 디자이어’에 맞춰 춤을 추며 다시 만난 초등학교 동창 황정민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이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 된 이른바 ‘X세대’를 겨냥한다. X세대는 대학 내에서도 대중문화를 당당히 즐겼던 첫 세대로 지금도 문화생산과 소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제2의 베이비붐 세대이기도 해 당시 대입 수험생이 한 해 약 100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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