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극장가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잇따라 개봉하며 흥행 대결을 벌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4: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미션4)과 한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280억 원)가 들어간 ‘마이웨이’에는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다. 미션4의 제작을 겸한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마이웨이를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1962년생 동갑내기란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동갑내기의 영화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션4는 최근 국내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외화흥행 랭킹 5위에 오른 반면, 관객 200만 명을 간신히 넘은 마이웨이는 관객 수가 급격히 주는 추세다.
나는 미션4가 마이웨이에 비해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속도감과 밀도가 떨어지는 데다, 야욕도 모자라고 두뇌는 더욱 모자라며 카리스마는 더더욱 모자란 악당두목은 대스타 톰 크루즈의 상대로 영 역부족이었다(이렇게 쉽게 죽는 악당 두목은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비의 쌍곡선을 만들어낸 결정적 요인은 세월을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태도와 자세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톰 크루즈는 세월을 수용하면서 스스로를 혁신했지만, 강제규는 세월에 맞서 싸우려 하였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많은 평론가가 극찬한 미션4의 경쟁력은 알고 보면 올해 50세가 되면서 육체와 매력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톰 크루즈의 약점을 고스란히 보완하기 위한 장치들이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톰 크루즈가 ‘라따뚜이’ ‘인크레더블’ 등 픽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 감독을 대담히 픽업해 이 실사영화의 연출을 맡겼던 건,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의 움직임과 몸매가 야기하는 빈틈을 메울 브래드 버드의 장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로 장난기 어린 유머감각과 캐릭터를 다루는 솜씨 말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연배우는 ‘유머’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눈을 두 번 깜박이면 카메라 촬영을 하는 특수 콘택트렌즈, 세상 모든 물체에 척척 달라붙는 스파이더장갑 등 기상천외한 첨단장비들은 결정적인 순간 (007시리즈와 달리) 고장이 나거나 기능을 하지 못해 주인공을 ‘대략난감’한 상황에 빠뜨리는데, 이때 발생하는 만화 같은 유머가 액션의 공백을 대체하면서 묘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톰 크루즈 홀로 모든 미션을 수행했던 과거와 달리 미션4에선 유독 ‘팀 플레이’가 부각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는 다양한 캐릭터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관객의 이목이 톰 크루즈에게만 집중되는 부담스러운 현상을 구조적으로 방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바로 이것이 지천명의 나이가 된 톰 아저씨가 첩보액션물을 대하는 지혜로운 자세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나는 강 감독이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 후 7년이라는 공백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문제가 있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는 전작보다 더 세졌고 커졌지만, 불행히도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예술적 강박이 발견되지 않았다. 강 감독은 7년의 세월을 뛰어넘든가, 그 세월에 교묘히 올라타든가, 아니면 그 세월을 겸허하게 품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하지만 감독은 세월을 부정하려 했고, 외려 ‘나는 여전하다’는 자기증명을 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영화예술가의 위기는 단순히 ‘흥행 실패’에서 오지 않는다. ‘이 사람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말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대중이 갖지 않을 때 예술가의 진짜 위기는 온다. 강 감독은 지금 진짜 위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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