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호 감독(43). 그의 이름은 낯설지만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만든 PD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2008년 방영된 ‘한반도의…’는 역대 EBS 다큐멘터리 중 최고인 2.8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내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인 1억5000여만 원에 수출되기도 했다. 그런 한 감독이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가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영화 제작사 드림써치C&C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전작은 단순히 점박이의 일생을 보여주는 자연 다큐멘터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토리가 풍성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죠. 전작에서 주인공 점박이와 모티브만 따왔을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극장용 ‘점박이…’는 수컷 타르보사우루스 공룡인 점박이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살인 점박이는 여섯 살 누나, 열 살 형, 그리고 부모와 함께 오붓하게 살아간다. 사냥을 나간 점박이는 애꾸눈 티라노사우루스의 모략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떠돌다가 암컷을 만나 새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의 위협에 또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제작비 80억 원을 들인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17종 80여 마리의 공룡 캐릭터와 실사 촬영한 자연 풍광을 합성해 만들었다. ‘동이’ 등에 출연한 아역배우 이형석 군과 성우 신용우 구자형 씨는 어린 시절, 청소년기, 어른으로 나누어 점박이의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한반도보다 큰 뉴질랜드 전 지역을 5개월간 샅샅이 뒤졌어요. 3D 영화는 시각적 쾌감이 중요한데 공룡이 뛰노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담고 싶었죠.” 뛰어난 풍광 덕에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인기 있는 뉴질랜드에서는 ‘반지의 제왕’ ‘아바타’ ‘킹콩’ 등이 촬영된 바 있다.
이 영화의 화면은 국내 어떤 3D 영화보다 정교하고 고급스럽다. 초반부 점박이가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점박이 입의 침이 보이고, 달리는 장면에서는 발밑에 먼지가 이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제작진은 입 속 침을 묘사하기 위해 로봇의 입에 점액질을 발라 촬영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면서도 제작 과정 하나하나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09년 ‘아바타’가 나온 뒤 관객들의 3D 영화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국내 기술은 열악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실패를 하면서 배웠어요. 원래 제작기간은 2년이었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1년이 늘어났어요. ‘7광구’ 등 다른 3D 영화들이 실패한 건 제작기간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진가를 인정받아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등에서 미국, 러시아, 독일 등 33개국에 미리 판매됐다. 영화를 본 국제3D협회 짐 채빈 회장은 “작품의 수준이 월드클래스”라고 극찬했다.
한 감독이 공룡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한 번씩은 ‘공룡앓이’를 하잖아요. 공룡은 세계적인 배우예요. 장동건, 이병헌도 세계적인 배우가 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우리가 만든 공룡은 세계 시장에서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그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처럼 새로운 영상기술과 보편적 스토리를 결합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영상산업의 미래는 CG와 3D 기술에 달렸다고 봅니다. 손기술 뛰어난 한국인이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죠. 하지만 아직 성공한 전례가 없어요. 제 영화가 그 분기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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