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둔 예술영화들은 특히 중년 여성 관객의 선호도가 높았다. 이들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이국적인 영상의 유럽이나 영미권 영화를 선호했다. 위부터 지난해 중년 여성들의 인기를 얻었던 ‘아이 엠 러브’ ‘그을린 사랑’ ‘인 어 베러 월드’. 조제 티캐스트 앳나인 제공
예술영화 부흥에는 40, 50대 아줌마 파워가 있다?
요즘 영화계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까지 영화를 전공한 젊은 관객들의 취향으로 여겨졌던 예술영화가 중년 여성들의 지지를 업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3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예술영화 전용관 ‘CGV압구정 무비꼴라주’ 주변 카페에는 이른 시간부터 영화를 기다리며 모임을 갖는 여성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강남의 대표적인 예술영화관으로 꼽히는 이 극장의 이날 첫 프로그램은 영국 영화 ‘웰컴 투 마이하트’. 딸을 사고로 잃은 부부가 어린 스트립댄서 소녀를 만나며 변화를 겪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날 첫 시간 관객은 대다수가 40, 50대의 중년 여성이었다.
극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일반 영화관보다 스토리가 있는 영화를 많이 상영해 한 달에 한두 번 이상은 온다”면서 “예술영화를 보기 위해 또래의 주부들이 찾아오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영화상영관 CGV가 2006년부터 자사 회원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업체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무비꼴라주 체인을 찾은 40, 50대 여성 관객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 연령대 여성 관객 기준으로 2006년 당시 12.6%(40대 9.7%, 50대 이상 2.9%)였던 40, 50대 여성 관객은 2011년 기준으로 25%(40대 16.9%, 50대 이상 8.1%)로 급증했다.
이 통계가 비회원은 포함하지 않았고 40, 50대의 회원 가입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중년층 여성의 예술영화 티켓 파워는 이보다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원재 CGV 무비꼴라주 프로그래머는 “일반 영화 관람객에서 40, 50대의 비중은 10% 남짓한데 무비꼴라주 여성 관객 중에서는 40, 50대가 이례적으로 20%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전용관에서는 한국 독립영화 등도 함께 상영하지만 중년 여성 관객들은 주로 영미권이나 유럽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그을린 사랑’ ‘아이 엠 러브’ ‘비기너스’ 등이다. 이 영화들의 40, 50대 여성 관객 비율은 30%를 넘었다. 갈등구조가 분명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가진 영화나 유명 영화제 수상작 등이 중년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다는 것이 무비꼴라주의 분석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대표적인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에서도 오전에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삼삼오오 찾아온 40, 50대 중년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아라 씨네큐브 홍보담당자는 “다른 극장에 비해 조조 영화를 본 후 인근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모임을 갖는 중년 여성 관객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른 극장과 달리 중년층이 많이 찾는 예술영화관 주변에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쇼핑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다.
영화계에서는 중년 여성들의 예술영화 티켓 파워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술영화 배급사나 상영관들도 중년 여성의 취향을 반영한 영화를 늘리고 이를 겨냥한 마케팅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지금의 중장년층 여성 중에는 이전 세대에 비해 문화의식이 높고 영상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많다”며 “과거처럼 단순히 TV 드라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예술영화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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