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개그맨 조원석. 그는 이탈리아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TV에 나오는 사람인데 커피를 만들고 있네?”
얼마 전까지 출근길 서울 청계광장 동아미디어센터 앞을 지나던 시민들 중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죄민수’ 캐릭터로 잘 알려진 개그맨 조원석(35)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려 무료로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서다.
“방송을 시작한 뒤 이렇게 일찍 일어나 보기는 처음이에요.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아침형 인간이 됐어요.” 그는 최근까지 2개월 동안 채널A 생방송 아침 뉴스쇼인 ‘김성주의 모닝카페’(오전 8시 50분) 촬영장 밖에 세워진 즉석 카페에서 매일 아침 커피를 만들었다.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로 떨어지면서 커피 머신이 얼어 고생한 날도 있지만 그는 방송이 있을 때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광화문 카페’를 지켰다. 그는 1시간 동안 많을 때는 400여 잔의 커피를 만들어 대접했다. 단골도 많았다.
“개그맨 얼굴을 보면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왔다는 분이 많았죠. 커피가 다 떨어질 때쯤 오는 한 남성은 오차범위 3분 이내에서 늘 일정한 시간에 저희 카페를 찾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알람(Alarm)이 형’이라고 불렀죠. 또 다른 단골손님이 한동안 안 보여 걱정한 적도 있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회사가 어려워져 무급휴가를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서민들의 일상을 체감했어요.”
부지런함과 정성만으로 커피를 내린 것은 아니다. 그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자격증을 받은 바리스타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나폴리의 커피 로스팅 장인인 빈센트 이쪼의 개인 과외를 받고 자필 서명이 담긴 바리스타 자격증을 받았다.
“솔직히 이탈리아까지 왔는데 대충 따라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3대째 가문의 이름을 걸고 사업 하는 사람들이라 자부심이 대단하더군요. 이쪼 씨와 수석 바리스타 등 4명이 각각 3차례씩 시음해 일정한 맛을 내는지 확인한 뒤 자격증을 줬어요.”
2002년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 일식 조리사로 4년간 일한 조원석은 ‘미각을 타고났다’는 평을 듣는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중 유일하게 블라인드 테스트로 7가지 회 맛을 다 맞혀 화제가 됐고, 지금도 지상파 방송에서 음식 기행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커피 맛의 50∼60%는 원두, 30%는 로스팅이 좌우해요. 10∼20%가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몫이죠. 일식과 비슷해요. 초밥은 밥 주물러 고추냉이 찍고 생선회 얹는 게 전부지만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 다르죠? 커피도 누가 만드는지에 따라 아주 미묘한 맛의 차이를 내거든요. 그 ‘작은 차이’를 완성하는 데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한때 음주 측정 거부로 물의를 일으킨 뒤 한동안 외출을 꺼릴 정도로 울적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 사람과 마주치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탈리아에는 ‘싫어하는 사람과 밥은 먹을 수 있어도 커피는 마실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답니다. 그만큼 커피가 사람의 마음을 여는 매력이 있다는 뜻이죠. 커피는 제게 세상과 다시 만나는 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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